5월 30일 오전 9시경 서울경찰청 반부패부가 MBC 임모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됐다가 외부로 새어나갔고, 이 과정에 MBC 보도국 경제팀 소속 임모 기자가 관여한 혐의점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임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자택과 자동차에 대해서도 수색했다고 한다. 또한 임 기자가 소속된 뉴스룸 경제팀 사무실도 오늘 중 압수수색 집행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지며 MBC 구성원들이 현재 로비에 집결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언론계에서는 보복‧과잉수사 논란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4월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무소속)이 한 장관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유출된 물증을 확보한 뒤, 문건을 건넨 유출자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의원실에 제공된 한 장관과 그의 가족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주민등록초본, 부동산 매매 계약서 등을 A씨가 원본 그대로 보관 중인 것을 보고 그를 고발했다.
문제는 압수수색을 당한 임 기자가 지난해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권이 ‘일부 언론’을 심각하게 불신하는 계기가 됐고 이 후 도어스테핑도 중단하는 사태로까지 확산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연히 정권 입장에서는 ‘바이든 날리면’ 사건을 보도한 MBC 기자에 대한 감정적 앙금이 남았을 것이고 그 기자를 예의주시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대통령실도 정권에 불편한 기사를 쓰는 기자에 대해 정치적 편견이 있다며 불신하는 기류도 있었다.
이런 언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윤 대통령이 주요 이슈에 대해 인터뷰를 할 때 국내언론사는 빼고 외신들만 골라 중요한 현안을 설명하고 그것이 거꾸로 국내언론에 보도되는 비정상적인 상황까지 발생하는 배경이 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입장문을 내면서 “해당 기자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욕설 파문 등을 보도해 피고소, 피고발인이었다는 점에서 보복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권 들어 실시한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당사자가 대통령실과 극도의 마찰을 빚은 언론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그 충격파가 작지 않다.
특히 언론계에서는 기자들에 대한 권력기관의 압수수색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왜냐하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기자들이 연루된 사건뿐 아니라 다른 정보까지 모두 탈탈 털리게 되고 권력기관들이 압수한 정보가 또 다른 별건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이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최대한 ‘자제’했던 것은 그것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이에 대해 “뉴스룸을 압수수색하면서 이번 수사와 관련 없는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별건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과잉수사도 논란이다. MBC본부는 “사건 발생은 이미 1년이 더 지난 시점이고, 기자 업무의 특성상 모든 업무는 개인 노트북 등을 통해서 이뤄지며, 뉴스룸 내에는 특정 개인의 공간이 없다”며 “결국 개인정보의 대상이 한동훈 장관이라는 점 또는 유출 혐의자가 MBC 소속이라는 점 등이 고려된 과잉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MBC 뉴스룸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그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기자들도 MBC 기자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 소식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연루된 인물이 하필 윤석열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 권력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2022년 9월 ‘바이든-날리면 사태’ 이후 국내 언론에 대한 ‘물밑 스크린’을 은밀하게 진행하면서 나온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MBC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네이버 기사 검색 환경이 윤석열 대통령에 불리하게 조성됐다고 지적하는 등 정권의 ‘언론 손보기’ 기류가 가시화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MBC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되자 언론계도 긴장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앞으로 기자들뿐 아니라 정권에 비판적인 ‘일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등 보다 전방위적인 ‘언론계 압박’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