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오전 6시30분경 북한의 인공위성체 발사와 관련해 소동이 일었습니다. 새벽에 난데 없이 고소음 알람과 함께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가 날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위로 어디로 대피하라는 구체적인 정보 없이 그냥 경계 문자만 온 탓에 많은 국민들이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급박하게 움직였습니다. 대통령실은 31일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와 관련해 처음에는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가 국민들이 새벽에 혼란을 겪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확대 전환해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긴급 NSC가 열렸다며 “북한의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보실은 합참의 상황보고를 받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오전 6시 29분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발사 직후 첫 보고를 받았으며, 이후에도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NSC 상임위원회에는 윤 대통령을 제외하고 조태용 안보실장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장호진 외교부 1차관, 김태효 NSC 사무처장, 임종득 안보실 2차장 등 외교 안보라인이 전원 참석했습니다.
국민들은 새벽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 논란이 있는 긴급재난 문자가 발송되고 실제로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정부의 지침이 전달되자 우왕좌왕하며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특히 상황이 이렇게 국민들 일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정도의 국가비상사태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에 대응하며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야당은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이 쏜 우주발사체에 대응하기 위해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지 않자 “국민이 불안에 빠진 순간 대통령은 어디 있었나”라고 비판했습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혼란한 상황에서 긴급 NSC 상임위원회가 열렸으나 윤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불안과 혼란을 수습하고, 북한의 소위 우주발사체에 대응해야 할 대통령은 어디 있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권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긴급 NSC를 주재할 수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은 무엇이나”라며 “그저 관련 보고를 받으면 할 일 다 한 것인가. 북한은 소위 우주발사체의 발사에 대해 이미 국제해사기구에 통보했는데도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는 말인가”라고 따졌습니다.
권 대변인은 “또다시 불거진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체계 공백으로 출근길을 준비하던 국민은 대피를 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며 “뉴스를 찾아보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포탈은 일시 마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서울시가 내린 경계경보를 행정안전부가 오발령이라고 정정한 데 대해서는 “서울시와 행안부는 문자가 발송된 이유를 두고 책임 공방이나 벌이고 있었다”며 “이런 대혼란 속에서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물었습니다.
권 대변인은 “이태원 참사, 북한 무인기 침투에 연이은 국민 안전에 대한 무감각과 안보 무능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지난해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시에 쏟아졌을 때 윤 대통령은 퇴근 시간이 됐다고 퇴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의 NSC 참석 여부에 대해 명백하게 정해진 지침은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4일 북한이 동쪽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아침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오전 9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고 있다. 저는 중간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번 인공위성체 발사 소란 때에는 조재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가 오전 9시에 개최됐는데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간에 참석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중간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고, 북한에 대해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대통령의 NSC 참석 여부는 전적으로 국가 최고 통치권자의 국정운영 판단 사안이기 때문에 일일이 그 이유를 물을 수도 없습니다.
다만 이번 인공위성체 발사 소동은 새벽에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되고 실제로 대피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는 등 수많은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들이 이번처럼 심리적으로 안보불안을 느낄 때 국가 최도 지도자가 NSC 전면에 나서서 위기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상황을 수습하고 진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일본의 기시다 총리의 북한 발사체 논란에 대한 기민한 대응은 윤 대통령의 행보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오전 7시 30분쯤 기자단에 “북한에서 탄도 미사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발사됐지만 현재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직접 ‘브리핑’을 했습니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오전 8시 북한 발사체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등 총리가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안보위기 발생 때마다 NSC 개최 여부나 윤 대통령의 NSC 참석 여부 등을 두고 끊임없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안보 위기 대응과 NSC를 둘러싼 정부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7일 북한의 군용 무인기 도발 논란 때 NSC를 소집하지 않아 야당의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김병주 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무인기가 6시간 이상 우리 영공을 날아다녔는데도, 대통령실은 NSC를 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실은 상황에 조치하느라 NSC를 열지 못했다고 변명을 늘어놨지만, 무인기 대응 작전이 종료된 후 저녁 시간에라도 NSC를 개최하고 일어난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북한의 군용 무인기 도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았다는 야당 비판에 대해 “NSC가 안 열렸다고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쟁 중에 막사에서 토론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습니다. “대통령은 작전 수행 중 통수 행위를 지속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야당이 지적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지휘 능력 부재와 NSC의 ‘무능’ 지적을 정치적 공세로 치부하며 아예 무시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전 정부 때의 국정경험 때문에 NSC의 역할과 대통령의 상징적인 지휘능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맞섭니다. 이런 여야 간의 ‘정치적 공방’ 때문에 정작 ‘피난 준비를 하라’는 실제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누구도 책임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부는 NSC 회의를 열었지만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비슷한 사안에 대해 참석했던 것과 다른, 일관성 없는 대응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이를 지적하는 야당의 태도를 정치적 공세로만 폄하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보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동선 숨기기’에만 급급해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야당은 야당대로 대통령의 NSC 참석 여부만을 정부의 위기상황 대응 능력의 ‘기준’으로 삼고 기계적이고 관성적인 정부 비판만 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 문제마저 여야 정쟁의 난투극 속에서 애꿎은 국민들만 새벽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대피를 하라고 하는데 어디로 해야 하느냐’며 서로에게 물어보며 우왕좌왕하는 국민들을 안심시켜줄 우리의 안보 컨트롤타워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