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명계(친 이재명)는 당 지지의 주요 자산을 굳이 인위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비명계(비 이재명)는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개딸과의 절연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개딸과의 단절’을 이재명 대표의 당 개혁 의지의 척도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개딸은 민주당에서 없어지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당 간판을 걸고 정당 활동을 하는 이상 개딸은 이름만 바뀔 뿐 진화할 것입니다. 개딸은 현재 민주당의 주류 기득권과 강고한 생존의 고리를 함께 걸고 있습니다. 비명계가 아무리 개딸 없애라고 해도 없앨 수가 없습니다. 이는 친명계 보고 당권 내려놓고 사라지라는 말과 같습니다.
민주당에는 개딸이라는 강성 지지층에 기생해 지금까지 연명해 온 주류 기득권들이 수두룩합니다. 민감한 사안에 정치인이 소신 있는 발언을 하며 ‘당심’을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개딸 일부의 ‘오로지 투쟁’ 글들 몇 개 참고해서 대충 분위기를 파악한 뒤 그것을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설파합니다. 개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의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도취됩니다. 의원들은 또 그 ‘뽕’을 맞고 계속 개딸들의 스피커 노릇을 합니다.
현재의 민주당 ‘여론 형성 구조’는 ‘민주’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폭력적이고 배타적입니다. 친명계 주류의 정국 대응 방안을 총 디자인하는 진보 진영 몇몇 스피커들은 그들의 이해관계와 개딸들의 게시판 동향 등을 파악한 뒤 유튜브 등을 통해 그 대응 논리와 대처법 등을 빠르게 전파합니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일방적이다 못해 팩트가 틀린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진영논리로 무마되고 용서됩니다. 이들의 논리가 잘못됐다고 해도 감히 누구 하나 나서서 이견을 달지 못합니다. 곧바로 ‘수박’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개딸들로부터 ‘수박의 원조’로 몰리기도 합니다.
최근 ‘친명계’의 대표적 방송 패널인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 소장은 개딸들이 적극 주장하는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장해 ‘신종 수박’으로 몰렸습니다. 대의원제의 폐지보다는 지역위원장들의 일방적 줄 세우기 관행을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개딸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당내의 성숙한 토론 문화는 없습니다. ‘폐지냐 아니냐’는 흑백논리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뿐입니다. 중립적인 의견이나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면 ‘회색 수박’으로 몰려 퇴출당합니다. 이런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아젠다 세팅 시스템이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 가는 첫 번째 길목에 버티고 서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왜곡되고 폭력적인 ‘당심’ 형성 시스템을 바꿀 위인은 민주당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 이재명 대표는 포기한 상태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 부추기는 듯한 행보를 보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파’들을 ‘양념’이라며 방관 정도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개딸을 양념이 아니라 민주당 ‘정국 요리’의 주재료라는 인식을 보입니다. 내년 총선 공천에 목을 맨 물갈이 1순위 ‘고인물’ 의원들이 이재명의 ‘속마음’을 방송에서 시원하게 질러주고 있습니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개딸들의 정치공격에 배겨날 장사는 없습니다. 개딸들의 ‘향도’로 불리는 3선 정청래 의원도 지난해 11월 시민언론 더탐사와 시사타파TV 간의 후원금 분배 논란 때 개딸들로부터 수박으로 몰리며 비난을 받았습니다.
합리적이고 성숙한 토론과 타협의 문화보다 빠른 시간에 여론몰이로 ‘타깃’을 압살시켜 버리는 개딸들의 ‘마녀사냥’에 제도권 정치에 몸담고 있는 의원들은 휘말리기 싫어합니다. 개딸들의 동향과 눈치를 보며 적당히 같은 편이 돼 가는 게 편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래에서부터 합리적인 토론으로 ‘당심’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슈가 터지면 몇몇 강경파 스피커들이 신속하게 교통 정리를 해서 아래로 하달하면 개딸들이 그 전파의 최전선에서 움직입니다. 진보진영 스피커들과 개딸의 이런 ‘공조’는 민주당의 당내 민주화와 쇄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소입니다.
개딸들은 장외의 진보 진영 스피커들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흡수해 주고 지지해 주는 스피커들과의 협력이 세 과시를 위해 필수라고 봅니다. 싸움도 못 하고 잘난 척만 하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고 생각합니다. 진보 진영 스피커들은 ‘조회수’를 올리는 데 개딸만한 열혈 ‘구독자’도 없다고 봅니다. 개딸들 덕분에 먹고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주당 장외의 진보 진영 스피커들은 현재의 ‘윤석열 정권 독주 정치’가 최고의 생존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딸들과 결탁한 진보 진영 스피커들을 먹여 살리는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것입니다. 열심히 ‘깔’ 소재를 끊임없이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좋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두려울지도 모릅니다.
진보진영 유튜버들은 민주당 자체의 변화와 쇄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클릭 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체 비판과 쇄신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수박’으로 몰립니다. 내부 총질을 하지 말라며 쇄신에 대한 요구를 조직적으로 차단합니다. 쇄신과 변화를 바라는 중도성향의 지지자들은 당연히 떠나게 됩니다.
진보 진영 스피커들은 윤석열 정권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뤄나가는 게 자신들의 생존에도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독주를 비판하며 클릭 수를 올리는 게 훨씬 쉽고 효율적입니다. 개딸들이 열심히 구독해 주고 좋아해 주기 때문입니다. 확증편향과 민주당 무오류 ‘몽상’에 빠진 열혈 지지층들도 열심히 클릭 수를 높여줍니다.
그러니 진보 진영 스피커들은 ‘윤석열 까대기’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민주당 혁신이야 어떻게 되든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민주당 변화와 혁신을 말하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일종의 금기어가 돼 버렸습니다.
현재의 민주당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일부 진보 진영 유튜버와 스피커들의 ‘정치 장사’와 민주당 주인을 자처하며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당심을 좌지우지하려는 개딸이라는 ‘쌍두마차 폭주’에 그냥 끌려다닐 뿐입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는 양대 세력의 손바닥 위에서 눈치 보며 표를 구걸하는 ‘정치적 노숙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이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스피커에게 연신 굽신거리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는 개딸 논란과 김남국 코인 사태 등의 당내 갈등 이슈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최근 민주당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지난 2019년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 제안자로 참여한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여서 논란이 돼 결국 자진사퇴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는 강경파 스피커들과 개딸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여론 형성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과연 그것을 깨는 방법은 없을까요. 금배지들이 스피커들과 개딸들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하는 당내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금배지 달 생각에만 빠져 있으니 그들을 ‘제낄’ 재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노무현처럼 무참하게 깨지고 얻어터져도 오로지 한길로만 가서 이긴, 승리의 공식을 다시 쓰는 ‘바보 같은 철인’이 나와야 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그런 ‘학습된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민주당이 망하는 길입니다. 좋은 정치는 결국 용기와 희생이라는 꽃 위에서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