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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Jun 03. 2023

‘아빠찬스’ ‘형님찬스’ 선관위는 썩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위원장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간부 ‘가족’들의 특혜 채용 의혹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전·현직 고위직들의 자녀 특별 채용 의혹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선관위는 ‘아빠찬스’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형님 찬스’ 의혹까지 불거졌다. 선관위 간부의 친동생이 형이 일하는 선관위에 경력 채용됐고, 이직한 지 1년도 안 돼 승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2일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실에 따르면 강원선관위 박모 사무처장(2급 이사관)의 친동생인 박모 씨는 2014년 2월 경기 고양시청에서 근무하다 경기 고양선관위로 옮겼다. 당시 경기도선관위가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내 7급 이하 행정직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전입 희망자 9명 모집 공고를 냈고, 박 씨가 여기에 응시해 합격한 것. 당시 4급이었던 박 씨의 친형은 한국외국어대에 교육 파견 중이었다.


또 앞서 드러난 ‘아빠 찬스’ 사례와 유사하게 박 씨도 이직 11개월여 만인 2015년 1월 7급으로 승진했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아들도 2020년 1월 인천 강화군청에서 인천선관위로 경력 채용된 지 6개월 만에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아들도 2021년 12월 경기 안성시에서 서울선관위로 옮겨와 6개월여 만에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8급 공무원으로 2년 이상 근무하고 선관위 전입 6개월이 지나면 누구나 승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박 씨 형제는 선관위 핵심인 중앙선관위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박 씨는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중앙선관위에서 일했고, 형인 박 처장도 이 기간 중앙선관위 의정지원과장과 미디어과장 등을 지냈다.


이렇듯 선관위는 부모자식끼리, 형제끼리 특혜 채용을 버젓이 자행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음에도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다. 선관위는 감사원이 고위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려 하자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에 위원들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한다”며 “다만 헌법 제97조에 따른 행정기관이 아닌 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며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인사감사의 대상도 아니므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에 위원들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며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찬진 전 사무총장(오른쪽)의 자녀는 4명의 면접위원에게서 20개 항목 중 17개에서 최고점을 받았고,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자녀는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즉각 반박 입장문을 냈다. 감사원은 “국가공무원법 제17조는 선관위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해당 규정은 행정부(인사혁신처)에 의한 자체적인 인사감사의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라며 선관위가 감사 대상에 해당된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또한 “감사원법에 규정된 정당한 감사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원법 제51조의 규정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반박 입장을 밝혀 두 기관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관위가 내놓은 쇄신안을 두고 ‘구체적인 비리 근절책이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선관위는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박 총장 등 간부 4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외부기관과 합동으로 전·현직 직원의 친족 관계를 전수조사하겠다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수사 의뢰한 고위직 4명의 경우 특별감사 결과 발표날 면직 처리해 징계를 피할 길을 열어줬다. 징계 없이 면직 처리되면 공무원 연금 삭감과 공직 재임용 제한 등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고위직 4명과 달리, 이번에 경력 채용 및 승진심사 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업무를 처리해 적발 된 직원 4명에 대해선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퇴직자 6명의 경우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자녀들은 정상적으로 계속 근무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더 부추겼다. 특혜 채용을 통해 채용된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퇴직자들의 경우 수사의뢰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문제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알맹이 없는 자체 조사만 남발하며 더 큰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민의 선관위임에도, 지금 선관위는 마치 자신들의 사유물이라도 되는 양 행동하고 있다.이제는 ‘아빠찬스’에 이어 ‘형아찬스’까지 등장했으니, 이쯤 되면 가족 중에 선관위 고위직이 없는 것을 자녀들에게 미안해야 할 정도”고 꼬집었다.


국민들은 ‘아빠 찬스’에 이어 ‘형님 찬스’ 의혹까지 번지자 공직자들의 어처구니없는 도덕 불감증에 분노하고 있다. 선관위는 그동안 비리 등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헌법 상 독립기관이라는 방패를 들고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무마해 나갔다. 그러는 사이에 간부들의 자녀들을 정실채용 하는 등 비리를 저지르는 것도 당연시되는 분위기로 변해갔다. 이번에야말로 선관위가 누려온 기득권과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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