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월 14일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직접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지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진행된 태양광 등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대거 비리 혐의를 적발해 발표했음에도 미진하다고 판단했는지 그 다음 날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후속 조치를 따로 주문해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1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명령’을 직접 전했습니다. 대통령이 특정 사업을 콕 집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공개 감찰’을 직접 지시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오더’를 내렸기 때문에 당연히 그 ‘정치적 배경’을 의심받을 수 있고 이는 야권으로부터 불필요한 저항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시를 받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대통령의 ‘공개적인 엄명’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감찰을 하게 되는 부작용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기타 사정 라인에 비밀리에 지시를 내릴 수도 있음에도 굳이 공개적으로 ‘확실하게 잡으라’는 명령을 내린 것을 보면 태양광 사업 비리 척결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태양광 사업 비리 수사를 통해 문재인 정권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비리 수사와 척결은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입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그가 정치신인임에도 대통령에 오른 결정적 배경이자 시대정신이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은 노조의 불투명한 회계 발본색원 등 비리와 불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강조할 때마다 지지율이 오르는 학습효과를 얻으면서 더욱 부패척결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피아를 가리지 않는 공정한 수사가 아니라 야당을 두드려 잡기 위한 ‘선택적 정의구현’의 의구심이 늘 따라다닙니다. ‘대통령 패밀리’에 대한 공정한 수사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시각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번 태양광 사업 감찰 직접 지시도 대통령의 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눈길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철옹성같은 국회의 야당 벽을 뚫고 지지율을 올릴 만한 유일한 기제가 바로 적폐 청산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집권 2년 차인 데다 내년 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금이 대통령의 힘이 가장 막강하게 발휘될 때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적폐 청산 성과는 기대 이하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이나 돈 봉투 사건 등에서 구체적인 물증으로 야당 의원들을 구속하거나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 만한 ‘킬 포인트’가 거의 없었습니다.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 대해 가장 기대했던 것이 부패 척결과 공정이었는데 지금까지 체감하는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대통령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최재성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시국인식’에 대해 언급한 것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 정권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치전략 전문가입니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오랫동안 보좌해온 경험으로 누구 보다 권력의 동향에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 전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사실 지금까지 그런 썰도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 이제 조금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이렇게 막 쑤셔놓고 제대로 결론도 못 낸다. 이 과오를 묻고 그 책임을 묻고 하려면 법적으로 하여튼 구속시키고 또 유죄가 나오게 하고 이런 과정들이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별 볼 일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의 ‘사정 능력’에 대해 실망을 했다는 해석입니다. 한 장관이 법무부 수장에 올라 검찰총장을 가장 확실하게 틀어쥐는, 역대 가장 힘 있는 사정기관장임에도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입씨름만 할 줄 알지 대장동이나 돈 봉투 등 야당인사가 연루된 비리 사건에서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한 구체적인 성과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윤관석 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국무회의에서 한 장관을 콕 집어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의견을 물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무리 자유토론 형식이었다고 해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직접 말해보라’고 요구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3권 분립 정신에 의거해 국회가 다수결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에 대해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을 물은 것은 마치 법무부가 체포동의안 부결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부를 수 있고 이는 곧 ‘민의’를 무시하는 태도로도 인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야권에서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수사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보여준 장면”(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질의형식을 통해 그동안 정치인 부패 척결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한동훈 장관을 공개 질책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또한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 정책결정 전반에 대해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직접 감찰을 직접 지시한 것은 ‘적폐 청산을 한동훈에게 맡겨 놓았는데 이도 저도 안 되니 내가 직접 나서야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으로 사실상의 ‘기획 사정’ 총사령탑을 자임하게 되면 그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공직기강비서관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사업에 관여한 공직자들을 대거 감찰하게 되면 대대적인 사정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챙길 경우 ‘저인망식 수사’로 민주당 386그룹 등 의외의 거물급 인사 비리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태양광 사업 수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원 포인트 기획 사정’”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 비리에 대해 직접 감찰 지시를 하면서 ‘의사결정 라인’을 특정해 언급한 점도 심상치 않습니다. 이는 수뢰 등의 비리가 아니라 정책 의사결정에 대한 스크린이라는 점에서 직접증거보다 정황증거와 심증으로 ‘유.무죄’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합니다.
‘법리’보다 ‘정무적 판단’에 무게를 두고 사안의 ‘유.무죄’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특히 대통령실측은 “감찰의 대상과 범위는 한정하고 있지 않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의사결정 라인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 여론이 여전히 높게 나오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각종 악재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답보 내지는 퇴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총선에서 밀리면 윤석열 정권은 끝장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 전에 ‘특단의 대책’이나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고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나가기 위해서는 ‘문재인 두드려 잡기’가 가장 만만하고 솔깃한 유혹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팔’로 불리는 한동훈 장관마저 탐탁지 않다고 여길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