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리고 여기에
2015년 1월 1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음이 덜컹했다.
불안의 엄습.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너 캐나다 언제 가냐는 물음에
내년에. 갈 때 되면 가겠지.
하고 무심히 말했는데
이제 그 내년이 올해가 되어 버렸다.
막상 9개월 후에 떠난다고 생각하니 세상 모든 것이 불안하고 우울해졌다.
이틀 후,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영혼이 말라비틀어졌던 2014년에 했던 일 중 그래도 가장 잘 한 일은
인도로 떠날 결심을 한 것.
어쩌다 인도가 여행지가 되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마치 귀신에 홀린 듯했다.
내가 가고 싶어 간 것인지 인도가 나를 부른 것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내 몸과 마음은 인도로 인양되었다.
누구나 영혼이 부르는 곳이 있나 보다.
서울 한남동에 가서 비자를 신청해야 했던 인도는 비행기 표를 예매할 무렵 전자비자로 바뀌었고
돈도 없던 무렵 중국 동방항공은 왕복 60만 원 안 되는 값으로 나를 인도로 보내주었다.
이제 나만 준비되면 된다.
여행의 시간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여유와
낯선 곳에서 나의 민낯과 마주할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