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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경애 Mar 22. 2016

기억의 힘

어쩔 수 없이 그저 당하고 마는

기억

순간 온 감각을 엄습한다.


장면

순간

회상

일련으로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둘러싸여 순간 꿈쩍을 못했다.

대신 뭉클한 찡함이 묵직하게 나를 에워쌌다.


손자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

여기는 한국과 수만 킬로나 떨어진 인도, 조드푸르이고

내가 기억하는 그 순간은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넘은 옛날의 것인데도

타임머신이라도 탄 마냥 그때 거기, 기억의 냄새를 고스란히 맡고 있다.


학교에 늦어서 타고 갔던 할아버지의 자전거

두 손으로 잡았던 할아버지의 분홍빛 도는 베이지색 니트 조끼

시야의 전부이던 할아버지의 길쭉하고 네모나던 등

나를 학교까지 태워 주던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


날것의 기억들이

무방비한 상태의 나를 장악한 탓에

먼 땅, 낯선 땅 한복판에서 이름 모를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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