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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경애 Mar 20. 2017

잊어야 사는 것들

나를 아프게 하는 기억들아 이제 그만 안녕. 제발 안녕.

결국, 또

검은 잉크병 뚜껑을 따고

그 독을 벌컥벌컥 마신다.


잉크는 순식간에

몸속 관들에 검게 타들어

그 순간을 그대로 써낸다.


다시

검푸르게 피어나는 아픈 순간들.


잔인하게 나를 파괴하던


수치심

억울함에 식은 눈물


부정해야 했는데

이미 조금 늦어버린 것들

도려내고 싶지만

화상처럼 눌어붙은 것들.


이제는 그만 열어야지.

독병이 보일 때마다 닫고 또 닫는다.


잊자

잊자

잊어야지.


목구멍보다 큰

둥글고 넙적한 사탕을

입에 넣고 천천히 녹인다.


시나브로 녹아라.

녹아서 녹아서 나에게서 흘러 나가라.


잊자

잊자

잊어야지.


녹여야지

지워야지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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