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꽃상여-모데라토 칸타빌레>

꽃가마 타고 시집 와서 꽃상여 타고 저승 가는 것이 여자의 일생.

by 꾸마

극의 배경은 1946년의 여름.


해방 후, 1년의 세월이 지났다.

마을에는 해방의 기쁨으로 풍악소리와 흥겨운 춤사위가 멈추지 않지만 전쟁의 아픔도 여전히 상존한다.

홀로 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는 두 딸을 데리고 전쟁터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지만,

되돌아온 것은 남편의 유서뿐이다. ‘여성의 재가는 금지’라는 시대적 구습에 반감을 품고 있던 며느리는

딸들을 버리고 남편의 유서를 전하러 찾아온 고민수와 함께 떠난다.

14년여 세월이 훌쩍 지나 1960년...
큰 딸 영희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 할머니와 동생을 버리고 떠난다.

할머니에게 시집을 강요당하던 동생 숙희는 끝내 쥐약을 먹고 죽음에 이르고, 숙희를 사랑하던 만득도

숙희와 영혼결혼식을 치른 후 숙희의 시신 옆에서 목숨을 끊는다.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은 꽃상여에 그녀의 원혼을 실어 보내게 된다.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이승을 마감한 두 젊은 남녀는 꽃가마와 꽃상여를 동시에 타고 기쁨과 슬픔이

뒤범벅이 된 여행을 떠난다. 사랑의 원형질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원시의 춤을 추며...



꽃가마 타고 시집와서 꽃상여 타고 저승가는 게 여자의 일생이라고 말하던 그 시절.

일생동안 기댈 남자는 한 사람뿐이어야만 했던 여인의 인생.

관습과 주위 시선에 얽매여 그리움으로 한평생을 살았던 할머니.

춤추고 노래하고 날고 싶어 떠난 어머니.

관습과 제도를 피해 저승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은 남녀.


무언가를 향한 그들의 몸짓이 인상깊었다.


인물들은 순응하고, 반항하고, 좌절했지만

구에게 잘못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누구에게도 없을지도.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몸짓과 소리가 멋진 공연을 만들었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절대 무겁지 않은 극.

진지하다가도 해학으로 분위기를 살려주는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