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지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뉴스에 세상은 혼란스럽다.
그 와중에도 지하 극장에서 4일 남은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위해 준비하는 연출가 펠리스.
뜬금없이 맨손, 맨몸으로 나타나 알 수 없는 말만 해대는 헬름브레히트.
바깥세상의 혼돈을 뚫고 공연장에 나타난
여배우 안나.
그리고 시작된 연습.
펠립스는 등장인물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야만 하는 장면이라며 발코니 장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는데, 종말이 시작된다.
오, 로미오!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
로미오, 그 이름을 버려요.
생사를 오가는 두려움 속에서 대사를 치는 안나의 모습은 이전의 "통속적인" 연기와는 달랐다.
그야말로 인간적이고 본능적인..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로미오가 누군지도 모르는 헬름은 안나를 미친듯이 사랑하라는 연출가의 말 한마디에 로미오가 됐다.
로미오를 연기하는 헬름이 아니라, 그야말로 로미오.
그렇게
연출가가 원하던 가장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발코니 장면이 완성된다.
하지만 그의 연인이기도 했던 안나가 헬름과 사랑에 빠지면서 다른 비극이 시작된다.
펠리스는 몰래 절망하고, 질투하고, 추해진다.
거기엔 가식이 없다.
순수하다.
'끝'이라는 절망은 사람을 인간답게, 순수하게 만드는 거 같다.
순수라는 말.. 언뜻 선한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 극에서는 본능을 숨기지 않는, 사회적으로 거리낌이 없는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낸다.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담배 꼬나물고 여자를 꼬시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고백한다.
질투하는 방식도 점잔 빼지 않는다.
망설임 없이 잔인하다.
만약 5분 뒤에 세상이 사라진다면,
나도 인간다워질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인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