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다녀온 이후로 난 환자가 되었다. 병명은 제주 앓이. 증상은 상사병 비슷한 거?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잔뜩 쌓여 있어 숨이 막힐 때, 시선을 멀리 뻗지 못하는 도시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 몸까지 아파올 정도로 마음이 아플 때 제주가 떠올랐고 심하게 제주를 앓았다.
마침내 동생까지 성인이 되었다. 유학을 결정한 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가족여행은 종종 갔지만 우리 둘만 여행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엄마는 자매의 여행에 기꺼이 저금통을 뜯어주셨다.
작년을 떠올리며 제주에선 관광지보단 그저 걷는 게 더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동생도 빡빡한 스케줄의 여행을 좋아하지 않기에 동의했다. 그래서 올레길을 위주로 계획을 짰다. 우도를 포함해서 하루에 한 코스씩 걷기로 했다.
여행은 언제나 출발하기 전 계획을 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 기억은 제주의 맑은 하늘, 쪽 빛 바다, 우거진 숲길, 게스트하우스의 안락함 등만을 떠올린다. 그리고 나의 여행에 그 요소들 외에 다른 요소들이 끼어들 수 있다는 사실은 차마 인지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