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한 송이가 귀한 동백언덕

by 꾸마

무면허인 나에게 제주는 기다림이다.

카멜리아힐을 가려고 한참 기다렸다 버스를 탔다. "카멜리아힐 가는 버스 맞아요?" 모르는 건 물어보는 것이 헤매지않는 법이다. 가이드가 따로 없어도 버스만 타면 기사아저씨가 다 설명해주신다. 손님들의 목적지를 기억하셨다가 도착할때즘 여기서 내리면 된다고 알려주시고, 어떤 기사분은 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신다. 할망과 제주방언으로 대화를 나누실 땐 외국어를 듣는것만큼 알아듣기 힘들지만 오고가는 대화 속의 온기는 느낄 수 있었다.


카멜리아힐에서 가까운 정거장에서 내렸지만 2-3km는 더 가야한다는 표지판만 보였다. 차가 있다면야 5분이면 가겠지만 난 뚜벅이여행자이니까..또 걷는다.

입구에 배낭을 맡기고 훨씬 가벼워진 몸으로 동백 언덕길 산책에 나섰다. 시기를 못 맞춰서 동백꽃은 많이 없었다. 짙고 윤기가 흐르는 초록이 가득했다.

그래도 아직 꽃이 남아있는 가지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남겼다. 한송이 한송이가 귀했다.

카멜리아힐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사장님께서 '동백차'를 추천해주셨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달큼한 향이 났던거같다.

손님이 없었기 때문에 사장님이 주신 귤을 까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서울에서 왔어요. 동백이 많이 없어서 아쉬워요. 딸이 뮤지컬을 좋아해서 자주 육지로 가는데 한번가면 몇 일 있다 와요.했었던 대화가 아직까지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일상에선 너무 많은 말을 해서 한참 수다를 떨고도 뒤돌아서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나지 않는데. 혼자 여행하면 대화할 일이 많이 없으니 소소한 대화라도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한송이의 꽃도 소중하던 12월초의 동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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