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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 Oct 30. 2022

나의 시간은 무엇이었나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번째 대역배우 로 살아온 그의 인생




가끔 내 삶에 자신이 없어질 때, 타인에게 평가받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잘 살아 왔나요?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나요?

당신이 보았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누군가의 대역으로써 충실한 삶을 살아왔던 네뷸라. 자신의 인생 없이 타인의 네번째 대역으로 살아 가면서 그 사람이 단상 위에 섰을 때의 포즈를 연구해 가며 젊은 시적을 보냈던 사람.

그것도 그 사람이 범죄자로 찍혀버린 현실에서 그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소재가 무척이나 독특했는데, 이 소재가 창작이었다는 것에 더 신기했던 작품이었다. 대역을 살아온 한 남자를 사진을 찍어가며 관찰했던 한국 입양아 수아의 시선. 

나도 이 세상에 발을 붙이지 못한 존재인데, 나 자신도 스스로 정의 내리지 못하는데

왜 나에게 자신을 정의해 달라고 하는걸까?

자신을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 하는 네뷸라를 보며 수아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면서 떠올리지 않았으면 하는 과거의 기억이 자꾸 떠오르면서 네뷸라를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면으로 자신을 바라보고자 하는 그의 모습이 수아를 움직였던거 같다.  



서편제에서 동호와 송화처럼 '이게 내 인생이구나'하고 결심을 하게 될 때도 있지만,

그냥 흘러가네? 하면서 나의 결심과 관계 없이 지나쳐가는 인생의 시간들이 있다.

지났을 때 후회가 될 수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도 소중했고 버릴 수 없는 그런 시간.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 파도는 계속 쉼 없이 몰려오는데, 나는 헤엄칠 줄을 몰라.
제자리에 서서 뛰어오른다. 계속 뛰어오른다



뮤지컬치고 넘버의 수가 많지 않기도 했고, 작가/작곡가 콤비가 전 작품에서 너무도 좋은 넘버를 보여줘서 여기에서도 기대를 많이 해서 끝나고 나서는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뒤늦게 올라오는 저 넘버가 내 마음을 울려서 '인생'이란게 어떤 것인가 들려주는 기분이었달까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인생이라는 바다가, 앞으로 한 발자국 내 딛으니 다시 내 키만큼 높아지는 그 존재. 넘고 싶었지만, 결국 딱 내 키만큼 채워지는 물 높이만큼 열심히 뛰어올라야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인생'이란 글자.



네뷸라도 수아도 정말 열심히 인생이란 물 속에서 숨을 쉬어 왔고, 한 순간이라도 물에 잠겨 가만히 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것이 인생이었고, 자신의 삶이었을 것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없어졌을 때 문득 객관적으로 내 삶을 바라보고 싶을 때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삶을 말해줄 수 있는 건 결국 나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치열하게 살았던 내 모습, 그 순간 행복했던 내 모습.


이 시간들은 나에게만큼은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확신이 없을 때라도, 최선을 다 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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