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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 Oct 30. 2022

가장 내 편이기도, 큰 적이 되기도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우리는 아직 가족보다 부족일지도 



가족은 나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버팀목이기도 하지만, 

내게 가장 큰 상처를 만들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언어가 무척이나 중요했던 가족 안에서 태어난 청각장애인 빌리.

가족들은 들리지 않는 그에게 일반인과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었지만, 

정작 그의 존재를 가장 인정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빌리로 인해서 그들은 가족의 안정을 찾고 가족 안에서 기댈 곳을 만들어 살아가던 곳이었다

그 기댐이 빌리를 '약자'로 만듦으로써 자신이 '괜찮다'를 다짐받고 싶었다는 것에 건강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중에 실비아라는 돌 하나가 빌리를 움직였고,

나름 틈을 잘 메꾸며 살아왔던 이 가족에게 불안이 엄습해 왔다.

빌리는 실비아로 하여금 자신의 장애가 가족 안에서도 존중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이 자신을 얼마나 배려하지 않았는가를 깨닫게 된다


아버지 크리스토퍼는 빌리가 일반사회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에게 농아교육을 시키지 않았다고 말을 한다. 수화는 말로 하는 언어보다 체계가 부족해 그 안에서만 갇혀 살게 하지 않기 위해 빌리에게 계속 말을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말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한 오만함의 극치인 것과 동시에 자신의 잣대 안에서 살아가야 할 아들의 고통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부모의 무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빌리는 그 안에서 독순술을 배워가며 어떻게든 가족 안에서 살아가려 애썼지만, 그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한 가족 아래 그의 피나는 노력이 '원래 해야 하는 노력'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마음이 아팠다.


가족이라면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줘야 하겠지만, 오히려 가족이니까 더 소홀하게 되며 서로의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싸우면 돌아설 남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 날카로운 말을 던지게 되며, 저 사람이 당연히 나를 이해할 것이고 나도 그를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착각.

세상엔 당연한 것은 없는게 당연한데, 가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왜인지 당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건 왜일까? 그리고 기억을 살펴보면 나에게 가장 아프게 스크래치를 냈던 말 조차도 그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 그리고 내가 남에게 눈물 콧물 다 빼도록 상처입힌 경험 또한 가족이라는 것.


연인에게 입은 상처는 다른 연인에게 치유 받으라고 하는데

가족에게 입은 상처는 누구에게 위로 받으라고 해야 할까?


서로에게 상처입히고 위로받고 또 상처 입히고.

나의 가장 서툰 사회적 모습을 보여주는 가족. 그래서 부족이라는 이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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