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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 Oct 30. 2022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현실을 마주할 때 <빈센트 리버>

왜 현실은 내가 가장 약해졌을 때에 나를 찔러올까






아들이 죽고난 후, 이사를 간 아니타의 집으로 찾아온 데이비

그는 아들의 죽음을 처음 목격했던 사람이라고 하며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아니타를 지켜봐왔다고 한다.

그와 알 수 없는 논쟁을 이어가면서 서로 알지만 말하지 못한 것의 껍질을 벗겨 가면서, 

두 사람이 앞으로 짊어지고 갈 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극의 이야기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혐오'라는 조용한 잔인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난 극을 보면서 엄마 아니타의 마음을 더 이야기해 보고 싶다

그 이유는 극 마지막에 객석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있던 아니타의 얼굴 때문이다

처음엔 멍하니, 그리고 슬픔과 분노, 그 후 후회인지 안타까움인지 모를 절망감까지


아니타가 빈센트를 낳고 길러오면서 느꼈던 외로움과 아들과 함께 했었던 그 시간.

느끼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아들의 성향.

자신이 느꼈던 사람들의 시선이 아들에게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두려워 했던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어느새 자신도 아들을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아니타는 그렇게 다정다감한 성격은 아닌것 같다. 그건 데이비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비밀을 품고 있는 데이비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아니타는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과 덮고 싶은 마음의 이중적인 스스로를 느끼며 데이비를 대한다. 그래서 떄론 방어적이면서도 때론 공격적으로 데이비의 대답을 물고 늘어진다. 


데이비의 비밀은 그녀에게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다. 열지 않으면 어쩌면 이 또한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굳이 열어서 그 안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리고 그 결과에는 알고 싶지 않았던, 묻고싶었던 '진실'이 빠져나와 자신에게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만약 아들을 먼저 알았다면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까?

내가 만약 그 아이를 더 사랑해 줬다면,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만약 그때 내가 너를 낳지 않았었다면, 너는 오늘 그렇게 슬프게 가지 않아도 되었을까?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지 못한 사람들이 만났을 때, 데이비와 아니타는 서로에게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아니, 아니타는 위로받을 수 있을까?

이미 아들을 잃었다는 슬픔과 아들의 성향으로 살던 곳에서 쫒겨난 그녀에게 굳이 그때, 진실이란 것이 다가와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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