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내게 선물한 깨달음 #너에게 쓰는 편지.

[ #4. 남미, 너와 나를 담는 여행길 ]

by 이영훈


TO. 고마운 당신


커피농장이 많은 콜롬비아 살렌토의 어느 카페에서.


안녕! 반가워요:) 오늘은 당신에게 짧은 편지를 쓰네요. 그 당신이 누구냐고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 오늘 하루 힘들었다거나 무기력했던 사람, 고민이 많은 사람, 심심한 사람, 위로가 필요한 사람, 혹은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사실 나 자신이기도 해요.


저는 군대를 전역한 뒤,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남미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그곳에 가서 무언가 정답을 얻어올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곳에 가면 나는 정말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큰 깨달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한마디로 너무 바보 같은 짓이었죠.

그곳에서 나는 한없이 작디작은 존재에 불과했고, 정답은 내게 절대 찾아오지 않았어요.


결국, 저는 여행을 통해 원했던 것들을 얻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 여행은 실패로 끝났냐고요? 후회하냐고요?

아니요. 실패를 보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여행 가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던 정답은 못 찾았지만 가지 않았더라면 깨닫지 못했을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으니까요.


에콰도르 쿠엔카. '5'여도 충분히 괜찮은 세상이기를.


먼저, 그곳에 정답이 없었기에 세상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무엇이든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때부터 ‘정답이 없다는 것’의 의미는 ‘인생이란 나만의 해답을 찾는 내 길을 평생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혹여나 그 길이 잘못됐더라도 새로운 길이 그곳에서부터 또 열린다는 걸 배웠기에 실패에도 괜찮다는 깡다구도 생겼어요.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겁쟁이 나에게 일단 길을 나서는 용기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내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걸 알았기에 나에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그리고 행복은 나만의 길의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 길 위에 있다는 사실까지 도요.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에서 비행기같은 뭉게구름 아래 펼쳐진 나의 길.


그 외에도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도, 내가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나를 더욱 사랑하는 법도 더 배웠어요.

그래요. 이처럼 여행은 내게 생각지도 못한 많은 것들을 감히 선물해 줬어요.

아니 사실은 내가 나에게 스스로 선물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앞으로도 떠나고 싶어지면 계속 여행을 떠날 거예요.

여행이 항상 낭만적이지 않아도, 낯선 그곳이 두려워도, 내가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도 말이죠.

다만 이제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여행을 떠날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 나만의 길을 찾고 걸어가는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여행이든 뭐든지 간에 고민될 땐 일단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살 거고요.

혹시 모르잖아요. 그 길에서 어떤 선물(present)이 나를 감싸줄지.


소중한 시간 내어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당신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아요. 기본적인 틀이 있다고는 해도 해답은 결국 당신에게 있으니까요. 그냥 제 작은 이야기자 생각이에요. 다만 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서 이 시간 정성스레 담아보았어요. 나도 당신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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