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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인지 전지훈련인지, 보라카이

보라카이 수영일지① 헤난 라군 리조트

by 제엠

24년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친구들과 필리핀 보라카이로 여행을 다녀왔다. 하고픈 말이 너무나 많지만 브런치에서는 영화관과 수영장에 대해서만 글을 쓰기로 다짐했기에 철저히 수영인의 관점으로만 이번 여행을 풀어보려고 한다.


수친자들이 선택한 헤난 라군


보라카이로 행선지를 정하고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숙소였다. 여행에서 전형적인 코스를 따르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나지만, 숙소만큼은 한국인 픽이 가장 쾌적하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 관광객의 90%가 선택하는 헤난 계열의 리조트를 선택했다.


우리 여행 예산에서 선택할 수 있는 헤난 계열의 리조트는 아래와 같았다. 일행이 모두 수영인이었기에 우리의 선택 기준은 첫째도 수영장 둘째도 수영장 셋째도 수영장이었다.

1. 헤난 파크 리조트 : 바로 지난해에 가봄. 최근에 지어져 쾌적하지만 수영장이 너무X100 좁다. 물놀이하기엔 나쁘지 않으나 '수영'은 할 수 없는 곳이라 PASS

2. 헤난 리젠시 리조트 : 수영장이 4개 정도 있고, 메인 비치인 화이트비치와 인접한 점이 좋았다. 하지만 수영장의 개수는 많아도 각 풀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 편 같아 PASS

3. 헤난 라군 리조트 : 고민한 리조트 중 가장 긴 풀을 가지고 있고, 헤난 리조트 중 비교적 한국인이 적다는 점이 나와 친구들의 반골 기질을 자극해 최종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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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ann Lagoon Resort


https://maps.app.goo.gl/d6rZ6w2QeRxjruTc8


헤난 라군 리조트의 수영장은 메인풀과 스몰풀 두 곳이 있다. 수영이 가능한 최대 직선거리는 20~25m, 최대 수심은 1.3m 정도. 다만 수심이 깊은 곳은 일부였다.


20240605_112132.jpg 헤난 라군 리조트 전체 구조



탁 트인 시야가 매력적인 메인풀


이 숙소를 선택하게 된 데에는 시원시원하게 쭉 뻗은 메인풀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다리 밑이 막혀있는 점은 아쉬웠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지. 대신 구역이 많이 나뉘어 있어 물놀이하는 인원이 조금 많아진다 싶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수영할 수 있었다. 밤에는 별을 보며 둥둥 떠있기만 해도 좋았다.


04.gif 수모까지 야무지게 챙기기


단점은 '메인 풀'인 만큼 여러 사람이 이용하다 보니 놀라운 수질을 자랑한다는 것. 물론 휴양지 리조트 수영장에서 위생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뿌연 물속은 다소 당황스러운 포인트. 바닥 군데군데 깨진 타일의 파편이 보이기도 했다. 수영장 청소가 끝난 직후인 오전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프라이빗하고 쾌적한 스몰풀


우리 객실은 스몰풀 쪽에 있었다. 객실에 둘러싸여 답답하고 좁아 보였기 때문에 체크아웃을 하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스몰풀에 들어갔다. 결론적으로 헤난 라군에 다시 묵게 된다면 나는 메인풀보다는 스몰풀을 더 많이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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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로 막히는 부분이 없어 최대 길이만 보면 메인풀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길고(20m 정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만큼 훨씬 깨끗한 수질을 자랑했다. 체감상 메인풀보다 깊은 구역이 더 많은 것도 좋았다. 단점이라면 나뉜 구역이 두 곳 밖에 없다 보니 물놀이를 하는 다른 투숙객이 오면 수영을 하기는 다소 어렵다는 점이다.


일행들과 프라이빗하게 수영을 즐기던 중 다른 사람들이 풀장으로 들어오려는 조짐이 보였다. 이제 수영다운 수영은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한 분이 입은 나이키 레이서백을 보는 순간 단번에 이 분들도 수영인임을 알았다. 마치 자유수영 온 기분으로 그 분들과 번갈아 가며 뺑뺑이를 돌았다.


DrYofLZUwAA7HVv.jpg 리조트 수영장에서 수영인을 만났을 때의 든든함이란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몰풀은 메인풀에 비해 일찍 폐쇄한다는 것. 헤난 라군 리조트의 수영장 이용 시간은 08:00~21:00인데, 이는 메인풀 기준으로 스몰풀은 이보다 한 시간 일찍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수영장과 객실이 훨씬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소음으로 인한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듯싶었다.



총평


보라카이는 (수영인이 기대하는) 수영장 다운 수영장이 있는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보라카이에서도 수영을 포기할 수 없는 수친자라면 헤난 라군 리조트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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