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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네? 한강에서 헤엄치기

잠원 한강 수영장, 2024 한강크로스 스위밍 챌린지

by 제엠

전세계 여행지에서 방문한 수영장을 기록하려고 만든 브런치지만 한 번쯤은 일상 속 수영에 대한 글도 남겨보고 싶었다. 그래도 언제나 가볼 수 있는 인근의 실내 수영장보다는 특별한 공간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지난주 한강에서만 두 번 수영을 하고 왔다.


한강에서 수영을 하고 싶다면 난이도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한강에서 헤엄치는 조금 쉬운 방법, 한강 수영장


지난 6월 20일 한강 공원 6곳에서 한강 수영장·물놀이장이 개장했다. 그 중 여러 커뮤니티에서 수영하기 가장 쾌적하다는 평이 많았던 잠원 한강수영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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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 한강 수영장·물놀이장]

- 위치 :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121

- 개장기간 : 6월 20일(목)~8월 18일(일)

- 운영시간 : 09:00~18:00 (점심시간 : 12:00~12:40)

- 입장료 : 성인 5천원

* 입수 시 수모 필수, 휴식시간은 매시 45분~00분



230722-잠원수영장-전면-(8).jpg 잠원 한강 수영장 전경, 정면의 가장 큰 풀은 청소년풀이다. (출처:서울시 누리집)


잠원 한강 수영장은 유아풀, 청소년풀, 성인풀 세 개 풀을 운영하고 있다. 성인풀은 가로 30m 세로 50m 내외의 직사각형 수영장으로, 수심은 최대 1.2m 정도다.


한강 수영장은 모두 레인이 없다. 호텔이나 리조트 수영장에 가까운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기에 본격적인 운동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없이 방문한 곳이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방문객들은 수영에 진심이었다. 레인이 없다 뿐이지 끊임없이 랩을 돌고 있는 사람들부터 온갖 영법이 난무했다. 당일 새벽까지 비가 내렸기 때문에 물놀이를 하려는 육지인(?)이 적었던 것이리라.


한 번씩 초등학생 정도의 그룹이 성인풀에서 놀기도 했는데 라이프가드들이 청소년풀로 가도록 유도하는듯했다.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아마 신장이나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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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투명 레인이라도 있는 것 처럼 열심히 수영하는 사람들


탈의실은 임시 천막으로, 안에는 2천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라커룸이 있었다. (나는 현금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짐은 가방에 넣어서 돗자리 위에 뒀다.) 바로 전날 한크스에 다녀왔기 때문일까. 한강 수영장의 탈의실은 마치 대궐 같았다.

샤워실은 야외에 있기 때문에 실내 수영장처럼 제대로 비누샤워를 하고 입수를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바로 전날에 한크스에 다녀왔기 때문일까(ㅋㅋㅋㅋ) 수질도 꽤 깨끗하게 느껴졌다.


그늘막에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았는데 여기저기 태닝을 하거나 쉬면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여럿이 와도 좋겠지만 혼자 사색을 즐기기에도 괜찮은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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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짜' 한강에서 수영하기. 한강크로스 스위밍 챌린지


수영을 배운지 2년이 넘었지만 휴양지 바다도 아닌 한강에서 수영을 해볼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몇달 전 함께 강습을 듣는 어머니 뻘의 회원님이 매년 한크스에 참여해 완주 매달을 따오신다는 말에 자극을 받고 충동적으로 대회에 지원해버렸다. 너무 늦은 시기에 신청을 하게돼 유일하게 남아있던 마지막 시간대(15시 출발) H조에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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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기만 할 거라던 예보와 달리 아침부터 꽤 많은 비가 쏟아진 당일. 2년 전 우천 취소로 말이 많았던 대회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문제 없이 대회가 시작됐고 중단될 가능성이 없다는 단체 문자가 도착했다.


고등학생 체육대회 이후로 처음으로 참가해보는 체육 대회(?)여서 시작부터 사고를 쳤다. 현장 접수를 하는데 신분증을 하나도 들고오지 않은 것.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어째서 이런 바보같은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간염 예방 접종 때 발급해놓은 모바일 신분증으로 간신히 본인임을 확인하고 입장할 수 있었다.


참가 기념품은 실리콘 수모와 바스타올. 지난 한크스 후기들을 읽으며 기념품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날씨가 날씨인지라 바스타올이 경품에 있는 것이 기꺼웠다.(혼자 출전한 게 뻘쭘해서 당일에 기념품 사진 하나 안 남긴 거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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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유일하게 남은 참가 전 사진. 응원하러 와준 JY에게 내 자리를 알려주려고 찍었다.


당일이 되고나서야 안 건데, 단체로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이 엄청나게 많았다. 대회에 비치돼 있던 부이 중 중국어가 적힌 부이가 있었던 걸로 봐서 어디 중국의 수영 단체와 협업이라도 맺은 모양. 참가 조를 구분할 수 있도록 대회에서는 현장에서 배부한 한크스용 수모를 써야만 한다고 들었는데, 외국인 참가자들에게는 이런 안내가 가지 않은 것인지 색색의 개인 수모를 쓴 사람들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충분한 대회 안내가 됐다면 좋을텐데 이런 부분은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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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가 찍어준 입수하는 나


한크스 전 주변 수영 선배들이 입을 모아 말했던 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한강의 수질이었고, 시야에 대해서는 나름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한강 물이 이렇게 찰 거라고는 말 안해줬잖아요... 6월의 한강 물은 지금까지 들어가본 어떤 물보다 차가웠다. 다른 것보다 차가운 물 때문에 입수 직후 기권할까? 생각했을 정도. 주변에서도 비슷한 경악의 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일단은 갈 수 있는 만큼 가보자는 생각으로 앞으로 전진하다보니 다행히 수온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헤드업 자유형으로 쭉쭉 물살을 가르는 나를 상상했지만, 실내 수영장 25m만으로도 헉헉거리는 내가 1킬로가 넘는 거리를 헤드업 자유형으로 갈 수 있을리가... 대부분의 거리는 접영 발+평영 손으로 헤엄쳤다. 모두들 본인이 가장 편한 갖가지 영법으로 한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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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건너다보니 생각보다 완주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70분까지 완주를 하지 못해서 라이프가드로부터 건져지면 어떡하나가 최대의 걱정이었는데, 반환점을 돌아 들어오는 데 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 알고 보면 오픈워터 천재? 하고 생각했는데 워치로 거리를 측정하며 완주한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실제 완영 거리는 대회에서 고지한 1.8km보다 훨씬 짧다는 것 같다.


올해는 한크스가 열리기 3주 전 쉬엄쉬엄 한강 3종이 열려 짧게나마 한강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었다.(아쉽게도 보라카이 여행과 일정이 겹쳐 나는 참가할 수 없었다.) 부디 내년에 2회 대회가 열리길 고대하며, 내년에는 한강을 두 번 건너보겠다는 혼자만의 목표를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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