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정당한가
<도쿄 구울>

이시다 스이

by 마음의 잠

도쿄에는 인간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구울’이라는 존재가 있다. 주인공인 카네기 켄은 어느 날 구울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죽음이 임박한 순간 거대한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구울과 함께 사고를 당한 켄은 급하게 응급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하는 과정에서 함께 있었던 구울의 장기 일부를 이식받게 된 켄. 켄은 구울의 장기를 이식받은 후 구울처럼 인간의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구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육체적 능력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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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켄은 구울로서의 삶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구울로서의 삶이란 곧 인간을 먹어야만 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울로서의 삶을 살지 않는다면 생명을 이어갈 수가 없다. 만화는 켄의 이 고통스러운 고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린 시절, 돼지를 잡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릴 때의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전문적인 도살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돼지의 모습은 오랫동안 각인되어 한동안 고기에 입도 대지 못했다. 고깃집에 걸려 있는 고기를 볼 때마다, 만약 인간보다 더 강한 존재가 있어 인간의 고기를 먹는다면, 인간의 고기가 걸려 있다면, 뭐 이런 상상들을 했던 것 같다. 닭발을 보면서 인간의 발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나면 먹는 일 자체가 힘들었다.


인간은 지구 상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지구 상의 어떤 동물보다도 강한 인간(물론 육체적 능력이 그런 것은 아니다.)은 자신보다 약한 동물들을 엄청난 폭력으로 지배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자신의 폭력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강한 동물이 없으니 지배당할 일이 없으리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시무시한 폭력 속에 살거나 혹은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생명들이 겪는 고통을 모르거나 외면한다. 인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익하거나, 편리함을 준다면 그들이 고통스럽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구울은 인간을 먹는, 인간 상위의 포식자다. 그래서 이 만화는 인간을, 현실에서 인간에게 폭력적 지배를 당하는 동물들의 자리에 위치시킨다. 인간이 모르거나 외면했던 고통을 직면하게 한다. 구울들이 모여 인간을 두고 경매를 하는 장면이 있다. 자기 마음에 드는 인간을 고르기 위해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다. 어린 시절 고깃집 앞에서 상상했던 장면이 그 속에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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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폭력적인 만화이다. 만화의 대부분은 구울과 인간의 전투, 혹은 구울과 구울 간의 전투로 채워진다. 기대하는 만큼 켄의 고뇌와 갈등이 섬세하게 다뤄지고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그 소재를 만들어 낸 상상력 속에는 분명히, 오만하고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인간을 향한 물음이 들어있다.


우리는 과연 정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