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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잠 Jun 27. 2020

더 이상 <야식남녀>를 보지 않겠다

성소수자도 삶의 주인공이다!

모든 사랑이야기에는 꼭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그래야 그들의 사랑에 대한 욕망이 더 커지고 보는 이들도 가슴 졸이게 되니까.

최근 <야식남녀>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드문드문 보는 바람에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술집이 예쁘고,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전면적으로 내세운다는 것 정도를 알았는데 그래서 무척 호감이 갔다.

그런데 어느 날, 남성 주인공이 <야식남녀>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거짓말을 했고 실은 주인공 여성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나는 정주행을 하지 않아서 그 상황이 처음부터 알려져 있었는지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동성애라는 소재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것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성애자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 이성 간의 사랑을 방해하는, 그러니까 모든 사랑이야기에 나오는 사랑의 방해 요소 되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동성애를 진지하게 다루고자 했다면 영화 <윤희에게>처럼 현실적으로 다루던지 주인공 남성이 진짜 동성애자인 드라마를 만들었어야 했다. 아니면 차라리 그냥 일반적인 사랑이야기에 동성애자인 조연을 넣고 주변인들이 편견 없이 대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좋았을 것이다. 동성애자라는 거짓말이 이성애를 방해한다는 설정은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에는 너무 이상하다. 결국은 이성애의 승리가 될 것이 뻔하니까.


1. 동성애는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람들은 '동성애 합법화'라는 말을 쓴다. 동성애는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허용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동성결혼은 금지하거나 허용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고 그들의 선택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 '차별금지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합법화하면 어린아이들이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동성애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동성애 합법화라는 말 자체도 잘못되었고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그렇게도 그들을 핍박하면서 누군가 그렇게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위를 일부러 선택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정말 무지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성적 정체성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택할 수 있다면 대체 누가 그 무시무시한 사회적 공격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길을 선택한다는 말인가. 평등교육을 통해 성소수자가 양산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무지가 너무나 안타깝다.


2. 동성애자는 성관계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동성애에 대해서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은 거부감을 보인다. '동성애'를 떠올렸을 때 남성과 여성이 처음으로 생각하는 장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동성애라는 말을 들으면 그들의 성관계를 떠올린다. 그래서 징그럽다거나 더럽다 등의 지나친 표현들을 사용하고 남성들 사이에서는 '호모'나 '게이'라는 말이 모욕하는 말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하루 종일, 매일 성관계를 하고 있지는 않다. 성관계는 사랑이라는 넓고 다양한 감정과 행위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의 모습을 좀 더 다양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은 동성애에 대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을 적게 갖는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

 

3.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하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트랜스젠더는 결코 동성애자가 아니다. 물론 트젠더이면서 동성애자인 사람도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성적 소수자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고 다양하다.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든지 그들의 성향은 존중되어야 하며 그들에 비해 엄청난 권력을 지닌 이성애자들에 의해 공격받지 말아야 한다.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무성애자든 FTM이든 MTF든 혹은 여성도 남성도 아닌 상태의 몸을 가지고 있든, 그 모든 것은 그들의 엄청난 고민 끝에 선택된 결과이고 그들의 자유이며 그들의 선택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도 않으므로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4. 생각해보면 양성애자가 가장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양성애자가 연인을 선택하는 기준은 성별이 아니다. 성별을 초월하여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호감을 느끼는 사람을 선택한다. '성'의 상품화가 만연하고 자신의 '성'을 상대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이 다반사인 사회에서 성별과 상관없이 인간됨이나 성격만을 보고 연인을 선택한다는 것은 얼마나 편견없는 행동인가.


그래도 동성애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다루는 드라마가 등장한 것에 대해 기대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 성소수자일지라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자신의 삶에서는 주인공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야식남녀>는 결국 이성애자가 주인공이고, 그 이성애자들의 사랑에 불을 붙여주는 역할로서 동성애가 등장한 것이니 이 드라마가 삶의 주인공으로서의 성소수자를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동성애를 편견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제를 가진 것처럼 전개하고 있으니 불편하기 그지없다.

어쨌건 주인공들의 키스 장면 이후로 드라마에 대한 호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끝나든지 이제 더 이상은 생각하지도 보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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