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높은 거 같고, 꼴등은 낮은 거 같고

경쟁과 구도 사이에서

by 키루

나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면 늘 가장 늦게 뽑히는 쪽이었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익숙한 일이었으니까.


애초에 나는 갈등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 말이 엇갈릴 것 같으면, 대개 내가 먼저 물러난다. 그래서인지 이기고 지는 일이 분명한 자리에 잘 서지 않았다. 경쟁이라는 말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재작년,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우연히 F1을 봤다. 이상하게도 몇 번을 다시 봤다.

흥미를 끈 건 경기보다 구도였다. 압도적인 1등이 있었고, 그를 끈질기게 따라가는 2등이 있었다. 2등에게 눈이 갔다. 갈등 앞에서는 물러나는 주제에, 이상하게 1등 앞에서는 반골기질이 나온다. 물론 하위권을 응원하는 게 더 반골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꼴찌는 또 싫었다.


축구는 이기고 지는 게 명확하다. 근데 F1은 다르다. 1등이 항상 이기는 게 아니고, 꼴찌도 전략 하나로 뒤집힌다. 나는 그런 방식의 경쟁에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왜 이런 구도에 반응하는지 생각했다. 이기고 지는 게 분명한 경쟁은 늘 자연스러운 것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자리에서는 늘 불편했다. 반면 F1을 보고 있을 때는, 승패보다 누가 언제 피트스탑을 시도할지가 더 궁금해졌다.


나는 여전히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F1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아주 잠깐 균형을 잃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단점이 있다면 대중적이지 않다는 거다. 아직까지 내 주변에서 F1을 본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경기를 보고 나서도 흥분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데가 마땅치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 말고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혀보다는 손가락이 바쁘다. 혼자서 경기 리뷰 영상이나 찾아본다.


지금 글을 쓰는 내 앞에는 F1 모형이 있다. 각종 배경화면, 케이스, 프로필 사진. 전부 F1 관련이다.

나는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누군가 "F1 보세요?"라고 말을 걸어주는 날을.

그리고 아주 언젠가는, 내가 경기 직관을 가는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