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간, 나의 시간

시청과 관람 사이에서

by 키루

좋아하는 가수가 한 명 있다.

그가 첫 단독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봤다.

어차피 휠체어로는 가기도 힘들지만, 인터넷에 음원도 있고 후기도 있다. 유튜브에는 공연 영상도 많다. 굳이 콘서트까지 가야 하나 싶었다.

별생각 없었다.

‘그래, 콘서트 하는구나. 가는 사람 좋겠네.’ 정도의 감정이었다.


그때 순간 쿵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그리고 미안했다. 젠장.

‘잠깐, 왜 나는 못 가?’ ‘가면 되는 거 아냐?’ 가슴이 두근거렸다.

갈래.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많은 인파를 헤치고 이동한건 처음이라 숨이 막혔다. 괜히 갔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래도 들어갔다.


콘서트장에서 제일 처음 느낀 건 음압이었다. 등장 전 세션이 연주하는 악기에서 압력이 느껴졌다. 영화관에서 느껴지는 그것과 비슷했지만, 이건 막 만들어진 압력이었다. 귀가 아닌 피부로 먼저 느껴지는 경험은 신선했다. 그리고 그가 등장했다.


이미 충분히 많이 봤다. 영상에서도, 사진에서도.

그런데 이건 달랐다.

그가 내 앞에 있었다.

나와 다른 세상에 있던 그 사람,

서로 다른 두 개의 세상이 충돌했다.


자주 듣던 곡들은 익숙했다. 한편으론 평소 음원으로 들을 때와 다른 게 느껴졌다.

같은 순간에 감탄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깨달았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나 혼자 느끼는 게 아니었다.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 모두 나와 같은 순간을 보고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언젠가 싸인은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라는 말을 봤다. 싸인하는 순간은 그의 인생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해 쓴 시간이라는 말이었다.

콘서트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들려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간을 통째로 건네는 일.

나의 시간과 그의 시간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일.

그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매거진의 이전글1등은 높은 거 같고, 꼴등은 낮은 거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