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싼 몸이었다

배려와 특권 사이에서

by 키루

배가 고프다.

슬슬 밥때가 됐는데 밥이 내 앞으로 배달된다면 어떨까.

매일매일 매 끼니마다 바로 앞에 배달된다면 편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바로 나의 삶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내 주위에 자주 모였다.

권위적인 경고문이 붙어있는 그곳, 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엘리베이터. 나와 함께라면 탑승 가능했다.

길다 못해 지구 한 바퀴를 돌 것 같은 급식실의 줄. 나와 함께라면 합법적 새치기가 가능했다.

내가 이동할 때면 다들 내 휠체어의 손잡이를 탐했고, 존재하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날 경호했다.


대학교 수강신청은 한 학기가 달려있는 중요한 날이다.

내가 다닌 학교는 듣고 싶은 강의를 콕콕 집어서 제출하면 수강신청 날이 되기도 전에 시간표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신청한 강의에 따라 강의실이 변경되는 마법도 일어났다.

난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손길은 거부했다.

난 비싼 몸이었다.


내 생에 첫 콘서트를 가던 날, 문 앞에는 빽빽한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다가가자 목청껏 공연 안내를 하던 스태프들이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나의 표를 확인했고 한 명이 내 앞으로 나섰다.


"잠시만요! 비켜주세요!!"

그는 그렇게 외치며 나아갔고 기적이 일어났다.

나는 모세였다. 인파들은 홍해가 갈라지듯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들의 시선은 부담이 되었지만 갈라진 바다를 가로지르는 그 기분은 강렬했다.

이런 게 VIP? 잠시 생각했다.


매 끼니마다 밥이 눈앞으로 배달되는 삶이다. 언제나 배려의 순간들은 고맙다. 그리고... 짜릿하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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