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또 봐?

반복과 발견 사이에서

by 키루

"그걸 또 봐?"

자주 듣는 말이다. 나는 봤던 드라마나 영화, 책을 다시 보는 걸 좋아한다.

심하게는 10번도 더 본 책이 있으니까.

게임도 그렇고 음식에서도 그렇다.

한때는 3달 동안 아침마다 오뚜기스프를 먹은 적도 있다. (사실 이건 그냥 편식이 심한 거다)

단순히 권태를 잘 견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걸 보기를 귀찮아하는 거라고.


최근에 어떤 브런치 글을 봤다. 본인의 일화를 소개한 글을 보며 '음 친절하시네'라고만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그 작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다른 글들을 보면서 이 사람을 알게 된 것 같았다.

다시 처음글로 돌아갔다. 다시 읽은 그 글에서는 이 사람의 친절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이 사람을 알게 됐다, 이해한다’라는 느낌이 진짜든, 착각이든 내 시선에 영향을 끼쳤다.


얼마 전 다시 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을 읽을 때 집중해서 본 인물이 달랐다.

이 책을 처음 본 고등학교 때는 중간고사에 나온다고 해서 반 강제적으로 읽었다. 해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기에 급급했고 주인공에게만 집중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나는 세상을 보는 눈도, 책을 보는 시선도 달라져 있었다.

주인공보다는 주변인물, 특히 주인공의 오빠에게 눈이 갔다.

이념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이 삶의 가치 중 어디에 중점을 둘지 고민하는 내 모습처럼 느껴졌다. 거기에 이 인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비극적이었다.


어쩌면 나는 권태를 잘 견딘다기보다, 여러 각도에서 보는 걸 즐겨하는 사람인가 보다.

같은 것을 다시 보는 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달라진 나를 확인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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