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아껴 쓰는 사람

진심과 경계 사이에서

by 키루

소설 『모방범』에 다카이 가즈아키라는 인물이 나온다. 친구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알고도 신고한 게 아니라 끝까지 바른길로 끌어내려 한 사람이다. 그를 보고 생각했다.

'과연 나에게도 가즈아키 같은 친구가 있을까'


가즈아키 같은 친구를 바라기 전에 내가 그 같은 친구였는지를 먼저 생각해 봤다.

난 인간관계가 협소한 사람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했다.

하지만 그 진심을 언제나 보답받은 건 아니었다.


어느 날 한 친구는 나에게 큰 잘못을 했다. 그는 나의 호의를 이용했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그 애가 나에게 사실대로 털어놓기를 바랐다.

그렇게 내가 내민 수많은 기회를, 그는 잡지 않았다. 내가 고를 선택지는 단순했다.

손절.

하지만 나는 용서하고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그때는 그게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그는 거짓말을 했고, 그를 잃고 싶지 않았던 나는 용서했다.

그때마다 상처와 사과는 초기화됐다. 그리고 나는 점점 변해갔다.

울리면 바로 받던 전화는 하던 일을 다 마무리하고 나서 받았고, 카톡 답장도 느려졌다.

나는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이 됐다.


가즈아키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반복될수록 닳았다.

나는 그렇게 믿음을 아껴 쓰는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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