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온도

일관성과 인간성 사이에서

by 키루

초등학생 때 난 친구와 비슷한 잘못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친구는 크게 혼났고, 나는 주의 정도로 넘어갔었다.

왜였을까.

내가 나름 모범생이라서? 그날 선생님의 기분이 좋아서? 부모님이 촌지를 줬기 때문에?

아직도 나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최근 두가지 재판을 봤다. 주목한건 같은사건의 공범을 다룬 두 개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선고 요지를 듣으며 마음이 불편했다.

분명히 같은사건인데 아예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었다. 같은 사항에 대해서 어디서는 가중, 어디서는 감경으로 판단했다.


'이게 뭐지' 초등학생 때같은 위화감이 느껴졌다. 판결에 기준이 없어보인다는 불안에서 오는 위화감이었다.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인생이 달려있다고 상상하자 끔찍했다. '이건 그냥 제비뽑기잖아'

옛날 그 친구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왜 다른지 나는 모른다. 초등학생 때도, 지금도.

원래도 거리감있던 법이 더 어렵고 멀게만 보였다.

그땐 선생님이었고 지금은 판사다. 규모가 다를 뿐 구조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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