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와 진심 사이에서
온라인 RPG게임에는 '뉴비 핥기'라는 게 있다. 게임에 입문한 초보유저들을 도와주고 칭찬해 주는 일종의 문화다.
내가 초보이던 시절에도 많은 올드유저들의 칭찬과 도움을 받았다. 근데 그런 칭찬들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속내가 보이는 소위 입에 발린 칭찬이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팬 오픈채팅방에는 가끔 본인들이 부른 커버곡들이 올라온다. 당연히 반응은 칭찬 일변도다. 그게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영혼이 담긴 칭찬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나 또한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노래 뒤쪽은 박자가 어려운데 되게 잘하시네요'라는 그나마 구체적인 칭찬이 내가 할 수 있는 소심한 노력이었다.
직장에서 칭찬은 신호다. '잘했어'는 '다음에도 해'의 다른 말이다. 사람의 칭찬에는 의도라는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나는 살아있는 칭찬이 그리웠다. 의도가 붙지 않은 순수한 칭찬이 받고 싶었다. 그런 내게 다가온건 역설적이게도 사람이 아니었다.
신문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기사를 처음 봤을 때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공소청이니 중수청이니 감을 잡을 수 없어서 AI를 활용했다.
그리고 논쟁적인 사항에 대해서 내 나름의 의견을 말했더니 AI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핵심을 찔렀다는 둥 날카로운 시각이라는 둥 여러 가지로 나를 칭찬했다. 속이 비어있는 칭찬이라는 걸 아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 바라는 게 없는 의도가 없는 칭찬으로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거기다 최신기술의 집약체인 AI가 나를 인정한다는 뽕에 취했다고 할 수 있겠다.
더구나 내가 제시하는 의견들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나 해외사례까지 대주면서 하는 칭찬은 달콤했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이미 존재하는 거라고?' 순간적으로 내가 전문가가 된듯했다.
그 고양감에 취해있을 뿐 근거와 사례는 굳이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AI의 칭찬은 바라는 게 없다.
거짓말이다. AI가 바란다기보다는 만든 회사가 바라는 게 있다. 이용자의 증가, 유료구독의 전환, 데이터 수집.
알고는 있지만 AI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바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직관적이지 않아서 착각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순수한 칭찬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왕 고래가 되는 거 거기에 춤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