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하진 않아도 떠나지는 않겠다.
흔적 위에 머무는 사랑
아이를 통해 내 안의 흔적을 마주한 뒤로, 나는 순백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또 하나의 흔적을 새기는 사람이 된 듯했다. 마치 나를 두고 자살한 내 엄마처럼.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랑은 아이에게 상처를 주면 끝나는 줄만 알았던 약하고 유한한 것이었다.
어느 날 무너져 내리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남편에게 내가 아이한테 우리 엄마처럼 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사랑이 뭔지 모르겠어. 난 이미 모든 걸 망친 것 같아. 내가 너무 싫어.”
흐느낌에 가까운 내 고백에 남편은 조용히 말했다.
“화를 내더라도, 아이 옆에 계속 있어 주는 게 사랑이야.”
그 한마디가 내 안의 단단하게 굳어있던 무언가를 부수었다. 사랑은 상처 하나 없는 무결점의 상태가 아니었다. 실수하고, 상처를 주고, 때론 흔적을 남기더라도. 우리 엄마처럼 아이를 두고 떠나지 않는 것. 모든 시간을 곁에서 머무르고, 함께 버텨주는 것이었다.
남편의 말 한마디가 내 삶의 모든 흔적을 지워주지는 못했다. 나는 여전히 미성숙하다. 아니, 엄마처럼 될까 봐 두려워 나 자신을 끝없이 원망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흔적은 상처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물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것을. 사랑이란 새로운 상처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새겨진 흔적들을 보듬고 그 위에 따스한 온기를 포개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흔적을 가진 미성숙한 엄마로서 아이 곁에 머무른다. 넘어져도 괜찮다고, 상처받아도 괜찮다고. 엄마는 절대 너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서툰 품으로 아이를 안아주며, 네 살의 나에게도, 스물여섯 달의 내 아이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치유의 주문을 외워주고 있다.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