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실컨설턴트 Dec 04. 2020

예외

"우리회사는 다른 회사와 달라요.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없다구요."

"네, 저희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프로세스가 워낙 고도화되어 있고 특수해서 컨설턴트들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키맨이 될 임원과 첫 미팅을 하고 나왔다. 비슷한듯 비슷하지 않은 첫 만남이 또 하나 더해졌다는 감상에 빠져있는데, 동행했던 쥬니어 컨설턴트가 머뭇머뭇하며 질문을 던진다.

"수석님. 솔직히 이번 고객사는 거의 표준 프로세스로 커버 가능하겠던데 제가 모르는 특별한 영역이 있나요?"

"잘봤네. 당신 말이 맞아. 그런데 왜 내가 그렇게 말했냐고? 아파서 병원을 갔어. 그런데 의사가 대충 겉만 훓어보고 당신 몸은 완전 평균이니까 진찰도 필요없고 대충 날잡아서 수술하면 되겠다고 하면 어떨거 같아?"

"아!, 그렇군요."


지금까지 적지 않은 회사를 컨설팅해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은 한 번도 의뢰한 고객 스스로 우리가 하는 일은 평범하다고 한 적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애당초 컨설팅을 의뢰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 일만 그럴까.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다. 어떤 상황이든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나는 예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대부분이 평균의 영역에 포함되어 간다. 예외에서 평균으로 가는 그 과정은 항상 고통을 수반한다.

최근에는 엄마 문제가 그랬다. 치매를 진단받고 요양원으로 모시기까지 우리 형제는 절대 예외일거라는 고집을 버리는데 오랜 시간과 잦은 다툼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평균의 영역에 상처받고 지친 상태로 주저하며 들어선다. 

효율로 따지자면 바로 평균으로 가는 것이 옳다. 그런데 그건 인간적이지도 항상 옳지도 않다. 회사일에도, 인생사에도 납득하는 시간을 줘야할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업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