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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Dec 14. 2022

내몫

소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습니다.


소주 한 잔

B는 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프로젝트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점심시간에 장난감 총을 쏘고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이 고객에게 안 좋게 보일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내가 말이야... 책을 쓰면서 배운게 하나 있어. 독자는 작가가 의도한대로 책을 읽지 않아."

B가 들고 있던 잔을 내렸습니다. 

"작가라면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어. 독자들을 이 부분에서 감동시켜야지 하면서 심혈을 기울이는 거지. 그런데 책이 팔리기 시작하고 리뷰가 달리기 시작하면 당황스러워. 내가 힘을 준 그 부분에서 사람들이 감동을 전혀 안 해. 거꾸로 아무 생각없이 쓴 부분이나, 출판사에서 편집자가 책 구성을 맞추기 위해 누군가의 말을 빌려 쓴 부분이 회자되는 경우가 있어. 황당하지."

"아, 네." 대답인듯, 한숨인듯 B가 말했다.

"난 우리 일도 똑같은 것 같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거나,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건 우리의 역할이지만, 그게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건 고객의 몫인거 같아. 미리 검열하고 새로운 짓을 안하면 안전하겠지. 그럼 하던대로 할 수 밖에 없어. 그게 편할 수는 있겠지만, 난 그렇게 일하고 싶지는 않아. 너무 재미 없잖아. 그리고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고객이 만족하고 행복을 느낄 수도 있는 걸 미리 박탈하는게 되잖아. 고객이 싫어하면 그때 수정해도 안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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