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일잘러이고, 누가 빌런인가?
아이가 방을 분홍색으로 꾸며 달라고 합니다. 화가 났습니다. 아이는 중3에 아들이거든요. 요구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가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중에는 프로젝트로 다른 지방에서 근무하다 보니 집을 비웁니다. 그 사이에 아이의 쪼임에 이기지 못한 아내가 급하게 도배사를 찾았나 봅니다. 주말에 집에 가보니 아내의 상태가 안 좋습니다. 아이 방을 열어보니 도배는 되어 있는데 쭈글쭈글한 곳도 있고, 화장실 갔다 지퍼를 안 올린 것처럼 삼각형으로 속살이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심호흡을 하고 절대 화를 내지 않으면서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급하게 찾다보니 두 곳에 연락을 했는데 한 곳은 그 주에는 바빠서 할 수 없고 그 다음주에 도배가 가능하다 했답니다. 아이가 조르니 다른 곳에 알아봤다네요. 거기는 가능하다고 하셨답니다. 게다가 그 분은 엄청난 학력을 가지신 분이었다네요. 유학도 다녀오시고, 사회에서 엄청 잘 나가다가 지금은 놀기 삼아 도배를 하고 계시다고... 일단 그 부분에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만약 저였다면 그 분이 유학을 말씀하시는 순간 쓰지 않았을겁니다. 그 분이 말씀하신 것이 거짓이든, 사실이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필요한건 도배사이고, 도배 기술이지 다른 지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제 아내와 같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일이 있습니다. 물론 뭔가 한 가지를 잘해냈다면 다른 일도 잘할 가능성이 평균보다 높긴 할겁니다. 아마도 그 분은 남이 해 놓은 도배를 평가는 잘 하셨을겁니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비평하기는 쉽고, 세상 단순해 보이는 일도 책임지는 것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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