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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Oct 15. 2023

역기러기

주말 낮입니다. 호텔 방에 홀로 앉아 빨래를 개고 있습니다. 불쌍하죠? 기러기의 전형입니다.

잠깐만요. 조금만 자세히 봐주세요. 여긴 모텔이 아니라 호텔입니다. 5성급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메리어트 계열 4성급 비즈니스 호텔입니다. 한강도 바로 보이죠. 회사가 제공하냐고요?저는 그런 능력캐가 아닙니다. 백퍼 제 생돈이죠. 돈 많냐고요?아닙니다. 그랬으면 여기 집이 있었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7년 정도 살고 있습니다. 솔로니까 그러지 않냐고요? 아닙니다. 이쁜 마누라도 있고요. 사춘기 자식도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냐고요. 그래서 더 그럽니다.


제가 우리 아들한테 물어봤어요.

"아빠가 서울에 출근할때 어두운 원룸에서 불쌍하게 살면 한 달에 100만원에서 200만원이 남아. 그걸로 너 좋은 학원을 더 보낼 수 있어. 그래줄까?"

우리 아들은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제발 계속 그럴게 살아달래요.


이런저런 이유로 기러기 아빠들이 많습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다 보니 기대가 커지고 그 기대가 몰라준다는 원망이 됩니다. 아내도 자식도 만족스럽지 않죠. 그러다 보니 서먹해지고 점점 멀어집니다. 비행기표 아끼고 시간 아낀다며 찾아가지도 않게 되죠. 유일하게 싸움만 늘어난답니다.


저요? 이번 주에도 올라온다는거 막았습니다. 뷰 좋은 호텔이잖아요. ㅎㅎㅎ

제가 싫어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제목은 모르겠고 가사는 이렇습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닙니다. 힘이 없는데 쥐어짜서 힘내지 마세요. 아침마다 뷔페 먹고 지중해식으로 건강식 드시고 사세요. 힘내지 말고 힘나게 사세요. 그게 저는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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