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도 한 곳을 뚫는다면...
의도치 않게 아침에 화장실에서 시트콤을 하나 찍었습니다. 이쁘게 비데가 설치되어 있길래 역시 좋은 회사는 다르구나 생각하며 상쾌하게 볼 일을 봤습니다. 그리고 새 것으로 보이는 비데의 버튼을 주저없이 눌렀습니다. 이후에 있을 상황을 예상하고 자세를 잡았죠. 그런데 한 참이 지나도 수행되어야 할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겁니다. 당황했죠. 또 세게 버튼을 눌렀습니다.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엉거주춤 일어나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곧 원인은 밝혀졌습니다. 전원이 뽑혀있더군요. 그럼 그렇지 하면서 전원을 꽂을 콘센트를 찾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칸에는 전기선 공사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작동하지 않는 비데 덕분에 꽤 긴 시간을 좁은 화장실에서 우왕좌왕했습니다. 약간 짜증이 나더군요(갱년기인지 짜증이 많습니다). 그래서 탐정질을 좀 해봤습니다. 상황은 예상한 것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어디에서 시작된 지시인지는 모르겠으나 데드라인을 두고 비데를 다 설치하라고 했나봅니다. 바로 화장실 관리 협력사에 요청이 들어갔을 겁니다. 협력사는 고객사가 요청이니 최대한 빨리 비데를 설치했겠죠. 그런데 화장실 칸칸마다 전기 콘센트가 없었던 겁니다. 그 공사는 또 다른 부서 소관이고, 다른 협력사를 불러야 했죠. 그래서 저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벌어진겁니다. 제가 저 사건 이후 3개월을 더 있었습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저 상태를 보고 저는 프로젝트 롤오프(Role-off, 프로젝트 끝나고 고객사에서 나가는 것)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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