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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Sep 15. 2020

감수성

칠보시


깍지를 태워 콩을 삶으니
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디 한 뿌리에서 자랐건만
왜 서로 들볶아야만 하는지.

아마 저와 비슷하거나 연배가 높으신 분들은 한 번쯤 보았을 시입니다. 저도 처음 보고 '참 재미있는 시구나' 했습니다. 동시같아 보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시가 일곱 걸음을 떼는 순간에 지어진 것을 알게되면 다시 보게 됩니다.
"멋진걸!" 할겁니다.
중국어를 알고 원어로 보게되면 또 놀랍니다. 7걸음 딛는 동안 그냥 말하기도 어려운데 5자씩 라임까지 맞췄으니까요.
절로 "대단해!" 외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시가 엄청나다 느끼는 것은 시와 얽힌 이야기를 알았을 때입니다. 이 시는 삼국지의 영웅 조조의 셋째아들인 조식이 지은 겁니다. 조조가 죽고 첫째인 조비가 왕이 됩니다. 신하들은 조조 생전에 총애를 받던 조식을 처단하라 닥달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술에 절어있던 조식을 불러 올린 형이 조비를 보고 명합니다.
"7걸음을 떼기 전을 시 한수를 지어봐라."
동생의 문학적 소질을 의심하던 형은 조조에게 지어올리던 시가 조식 자신이 아닌 부하들에게 지으라고 시켰을거라 생각한거죠. 일종의 시험이었죠.

그 명령에 답한 시가 이 시 '칠보시' 입니다.
이제 시가 다르게 보일 겁니다.
정말 슬픈 시인 것이죠.

감수성은 그저 얻어지지 않습니다. 많이 알수록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창조성도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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