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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Sep 14. 2020

구두

구두를 샀던 백화점이나 매장에 갈 시간이 없어 집에 가는 길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이는 구두방에 들어갔다.
수선할 수 있나 여쭈었더니 60대 후반쯤 되어보이시는 분이 표정없이 구두를 받으신다. 얼마나 걸리겠냐고 여쭈었더니 30분 정도 걸린다 하신다. 일행과 함께 밥을 먹고 돌아왔다. 30분이 훨씬 지났지만 오래된 그라인더로 아직 작업이 한참이다. 10분 정도 더 기다려 신발을 받았다. 얼마냐고 여쭈었더니 만 사천원. 만 오천원을 드리고 거스름돈은 되었다하고 돌아섰다.
솔직히 그 가격에 깜짝 놀랐지만 태연한척 했다. 구두를 산 매장에 맡겼으면 공짜였거나 5천원 이내의 요금이 나왔을 거다.

내가 별다른 말 없이 돈을 드리고 온 것은 벌써 쌀쌀해진 날씨에 연세 있으신 분이 그 오랜시간 힘들게 작업하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해는 한 번으로 족하다. 아마 나는 다시는 이 가게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것뿐 아니라 무조건 백화점이나 매장을 찾을 것이다. 이게 어쩌면 우리나라 골목상권 몰락의 매커니즘일지도 모른다.
그 분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이 추운데 밖에서 40분 넘게 일했는데 만 사천원은 받아야지.

그런데 내 입장에서 본다면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가치라기 보다 손실에 가깝고, 결과물은 사진과 같이 실망스럽다. 내가 하는 일은 다를까 생각해본다. 나는 고객에게 내 노력을 어필한 적이 없는가? 고객에게는 전혀 무가치한 내 시간과 노력을 알아달라 하지 않았나? 만 오천원을 지불하고 얻은 수확이다.


이때 붙인 것은 몇 주만에 자동으로 떨어져 나갔고 원래 매장에 다시 맡겨서 칠천원이 들었다.

일주일의 시간과... 그 결과는...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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