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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 Jan 19. 2020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을 노래하다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Shin의 독후감

< 책 소개 >


가톨릭, 그러니까 천주교에는 추기경(Cardinalis)이라는 직책이 있다. 천주교의 수장인 교황, 다음가는 권위와 명예를 누리는 고위 성직자를 가리키는 말로, 우리나라에는 역대 단 세 명만이 서품을 받았다. 이 책은 그중 한 사람이자, 한국 최초의 추기경인 고(姑) 김수환 추기경의 자서전과 같은 글로, 그분이 생애에 남기신 어록과 삶의 족적, 내비친 생각 등을 갈무리하여 엮은 것이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사랑과 존재의 아름다움을 찾아>는 인간의 사랑과 정체성을 이야기하며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또 삶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을 이야기한다. 2부 <삶의 길목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살아온 인생을 서술하며, 자신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명에 담긴 존엄성과 여성문제와 신·구세대 간의 갈등에 대한 고인의 소신을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3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선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주제로 가진 이들의 반성과, 나눔과 사랑, 성실, 화해의 마음 등을 나열하며, 우리 모두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을 이야기하며, 4부 <말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것>는 더 나아가 당시 사회에 닥쳤던 ‘개혁’의 부르짖음을 바탕으로 정치·언론·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에게 보내는 충고와 더불어 국민들에게 양심을 바탕으로 한 계몽과 각성을 부탁하고 있다.


마지막 5부 <오늘의 교회가 서 있는 자리>는 종교계, 특히 본인이 속한 한국 가톨릭이 마주한 여러 문제에 대한 고찰과 이에 관한 자기반성, 앞으로 교회와 사제가 갖추어야 할 역할과 위상, 그리고 실천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당부하는 글이 적혀있다.


< 감상평 >


종교인이 쓴 글이지만 비종교인인(심지어 반종교적이기까지 한) 내가 보아도 따스하고 마음을 울리는 내용들이 담겨있으며 때로는 머리를 울리는 무거운 충고가, 씁쓸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한 권에 모두 담겨있다. 이런 글들은 책이 처음 발간된 1994년의 풍경과 그 이전,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향한 열의가 가득했던 시절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도 진지하게 고찰해야할 내용들이 담겨있다.


근본적으로 남을 받아줄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남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심화되면 남을 용서해줄 줄 아는 마음이 됩니다. 용서해줄 줄 아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가 용서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람들의 마음은 너그러워집니다.
-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中


이러한 내용들 덕분에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삶의 방향과 생각의 전환에 관한 상념을 끊임없이 요구받으며, 마음 수양하는 기분으로 한 줄, 한 줄 주의 깊게 읽게 된다. 단순히 읽고 넘기는 게 아닌, 글로 나열된 김수환 추기경이 일생에서 느낀 깨달음, 또는 방향성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부딪치거나 흡수되며, 정리되는 시간을 필요로 할 때, 가장 바르게 읽히는 셈이다.


읽는 동안에 느낀 것은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사람이 매우 신실하며, 정의를 추구하고, 사랑을 전파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글로 적혀있는 그가 남긴 언행들 사이사이에 짙게 배인 종교의 색깔, 그릇된 것(비록 그것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필요한 것일지라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성과 회개의 강조, 그리고 그것들을 감싸 안는 역할로, 또는 사회 발전의 척도로서의 사랑을 통해 알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을,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한다고 봅니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야말로 이 사회가 더 이상 타락하고 부패하지 않게 하는 우리 자신의 내재적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으면 대화가 가능해지고 모든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희망을 걸게 됩니다. 믿음이 아닌 불신, 사랑이 아닌 미움을 청산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中


또한 그는 종교인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이었다. 그는 자신이 지닌 정의에 대한 신념과 사랑에 대한 마음가짐을 단순한 개인의 철학에 머무르게 하기 보다는 이 사회에, 나아가 대한민국에 이롭게 쓰일 각종 방안을 만드는데 참고가 되길 바랐다. 이러한 일면 때문일까? 실제로 그는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등 전 대통령들과의 만남에서 그들의 정책과 정치행보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음을 담담히 고백한다. 이들 외에도 각종 사회 운동·문제 등에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토로했고, 이로 인해 성직자면서 정치적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떠한 정치적 이익, 혹은 개인의 사익을 위해 논란을 야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행한 일련의 발언들은 단순히 자신의 고향이, 나라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간절함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공과 사를 온전히 구분지으며, 바깥 나들이에서 추기경임을 일절 드러내지 않았고, 행여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웃어넘기곤 했다. 그는 유명세와 인기를 얻기를 사익을 추구하는 누군가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피해받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며, 이런 성격으로 인해, 당시 대중들을 선도하던 정치인, 사회운동가들이 소위 '영웅심리'에 불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런 까닭에 그는 대통령 혹은 유명 정치인들이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정치에서 손을 떼기를 권하곤 했다.


'국익을 위해서' 라든가, '역사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라는 말로 국민을 채찍질하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 너무 영웅적인 이상에 불타서 국민을 몰고 가려는 것이 바로 독재의 시작입니다.
-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中


안타깝게도 그의 조언 대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는 곧잘 정치적 보복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 과정에서 추기경은 상처받기도,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저 기도로 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내곤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먹먹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가 조언을 더했던 사회 문제, 정치 문제 따위가 과거의 슬픔으로 남아있지 않고, 현대에 와서도 분란과 논란을 일으키며(심지어 더욱 심각해진 모습으로) 많은 이들을 갈등의 구렁텅이에 몰아 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 맺는 말 >


21세기 현대는 지난 세대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성별, 연령, 빈부, 정치, 환경 따위의 문제가 치열하게 다툼을 지속하고있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 속에서 손가락질과 모욕, 차가운 비판들로 점철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어려움을 겪기를 그만두고 스스로 파멸을 향해 달려나가길 자초하는 중이다. 이런 것들은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역대 수많은 이들이 사랑의 지혜와 성인의 가르침을 이야기하며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꾸준히 가르쳐 주고있음에도 벌어진 참극이기에 일련의 사태가 더욱 비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여전히 누군가는 그가 추구한 이상이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허황된 평화를 꿈꾸는 몽상가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수많은 이들이 그를 멘토로 여기며, 그의 행보와 철학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은 그의 주장이 반드시 옳아서는 아니다. 단지 그가 평생을 추구해온 것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정도로 눈부신 까닭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거쳐,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그가 살아온 굴곡 속에 꿈꿔온 에덴이 찬란하게 빛나는 곳인 까닭이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성을, 누군가에게는 잠들어 있던 세상에 대한 애정을 깨울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책을 읽고 얻은 일련의 깨달음이 단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덥게 데운 가마솥처럼 생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차갑게 식을 것임을, 그리고 누군가 그 가마솥에서 얻은 온기를 끌어안고 다시 나아가기를 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희망이란 내일을 향해서 바라보는 것만이 그 전부는 아닙니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 씨앗을 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희망입니다. 지금까지는 막연했던 희망이었지만, 이제부터 갖는 희망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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