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성자는 필쇠라고 옛 일본의 시가는 말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적지는 대부분 아주 먼 옛날 눈부시게 빛나던 문명의 폐허죠.
가까이는 경주의 천마총에서부터 멀리는 로마의 수도교까지 한때는 망할거라고 생각도 않던 천년왕국의 유산입니다.
기이하게도 우리는 그 폐허에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몰락의 결과물은 반대로 말하면 흥성의 시대가 있었다는 증거에요.
애초에 빛난 적이 없는 자는 폐허조차 남기지 못합니다.
그 많던 사람은 간데 없고 웅장하던 건물은 무너져 내렸지만,
옛 흔적은 남아 과거의 영광을 증명해요.
우리는 항상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오직 그 몰락의 순간에서만
새로이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어요.
쇠망한 것에서만이 오직 다시 흥성의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몰락이 숨기고 있는 세상의 법칙이죠.
우리가 몰락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진정한 이유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