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요.
꽃샘 추위가 풀리고 몸이 긴팔에서 풀려나는 계절이 다가왔을 때였죠.
이미 한해는 한창 지나가고 있었고 할일은 너무 많은 데다 날씨까지 지나치게 더워 의욕이 꺾이던 나날이었어요.
당신은 사건을 맡기러 온 의뢰인이었고, 나는 일이 넘쳐 지쳐있던 중개인이었죠.
그 날 본 당신의 여름옷이 내게 준 해방감을 기억합니다.
답답했던 시간이 정지하고 흑백의 무감한 세상에 색채가 입혀졌죠.
멈춰 버렸던 일상이 그 순간부터 다시 약동했어요.
언제나 유채색은 쉽게 바래고 새 것은 낡기 마련이죠.
여름은 어느새 지나가 버렸고 다시 계절이 바뀐 후 만났을 때 당신도 더 이상 여름옷을 입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빛나던 시절만은 아직 내게는 남아있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때를,
여름비를 보며 기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