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기

에세이-데이트렌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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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


어느 날, 오르다 지쳤을 때 바람이 전해주었죠.

돌아보니 이미 온 길이 너무 멀고
이제와 돌아가기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렇다고 다시 올라가기엔 너무 험해
길을 가다 고꾸라질것만 같았죠.


여기서 내려가면 남들이 비웃을거에요.

조금만 올라가면 정상이 엿보이지 않을까.

어차피 모두 올라가기 위해 사는게 인생 아닌가.


상념에 잠긴 채 그 자리에 머문 이유는
망설임이 가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나보다 위에서
비참하게 떨어지는 이를 보았습니다.
분명히 나보다 더 빠르고 힘차게 위로 올랐고,
그 뒤를 밟아 오를만큼 선도의 자리에 있던 이다.


그 실패를 본 순간 깨달았어요.

오르고 또 오르더라도 한 순간 헛디뎌 떨어져버리는 게 길을 걷는 자의 숙명입니다.

그렇다면 잠시 내려와 쉬었다가 다시 걸어도 틀린 것은 아니지 않을까?


내려오는 것은 떨어져 버리는 것과 완전히 달라요.

내리면 언젠가 다시 오를 수 있죠.

떨어져버린 자는 아마도 다시는 오르지 못할 겁니다.


떨어지기 전, 한 번쯤 내리는 것도 인생엔 반드시 필요할지 모릅니다.


바람에 실어 지친 몸을 달래며 답해요.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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