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어느 날,
장마가 쏟아지던 어두운 낮이었습니다.
이런 날은 밖으로 나가기 싫어지기 마련이죠. 가만히 앉아 창밖으로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메운 빗줄기를 구경하는게 유일한 낙이 됩니다.
노곤한 기분으로 빗소리를 듣고 있을 때였어요.
하얀 빛이 번뜩였습니다.
빗줄기 사이로 우레가 귀를 찢듯이 천공을 울렸어요.
눈을 깜박였을 때,
어느새 번갯불은 종적을 찾을 길이 이미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비가 쏟아지는 사이로
번개는 실로 일순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빗속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망연한 기분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우리의 '생'도 실로 저럴 것이라고.
시끄럽고 소란스레 세상을 울리려 애씁니다. 하지만 어느새 산산이 사라져
존재했는지도 알 길이 없어요.
이것이 태어나 살다가 죽게될 인간의 삶이죠.
하지만 다시 한 번 번개가 몰아쳤을 때,
빗소리에 넋을 잃고 있다가 홀연 정신을 차립니다.
실로 찰나에 불과한 이 순간,
우뢰는 천지를 진감시키지 않나요?
망연히 자리에 앉아 혼을 빼고 있는 자가 일순이나마 세상을 경동시킬 수나 있을까요.
하지만 눈앞은 비로 가득하고
앞은 아득히 멀기만 합니다.
옛 사람들은 호연지기를 피워 올렸다는데, 어리석은 후인은 아연히 탄식할 뿐입니다.
깨달아도 실행하기는 실로 쉽지 않다는 것을.
어느 날,
번개를 직면했던 어두운 낮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