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통장에 찍힌 숫자는 사실 내 것이 아니죠.
예금은 흔히 본인의 돈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르죠.
은행이 당신에게 진 '빚'이라고 말하는게 더 정확합니다.
둘은 서로 달라요.
당신의 돈은 언제든 꺼내쓸 수 있고, 마음대로 낭비할 수 있으며, 내버려두면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행이 당신에게 진 빚은 내버려두면 이자가 붙고, 절차를 거치기 전에는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게 꼬치꼬치 캐물으며, 무엇보다도 은행이 지불능력이 있을 때만 찾을 수 있죠.
그렇기에 착각해선 안 됩니다.
당신의 소유물은 언제든 당신 손 안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이 진 빚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죠.
때로 이 '빚'이 증거하는 숫자가 당신의 인생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아껴가며 모은 숫자일지도 모르죠.
분명한 것은 당신의 통장에 찍힌 그 숫자는 지닌 많은 의미와 관계없이 당신의 것이 아니라는 진실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죽음 앞에 섰을 때 당신이 가져갈 수 있는 당신의 것은 또 어디 있을까요.
그러니 통장의 숫자에 너무 집착하지 말기를 권합니다.
어차피 당신의 것도 아니며, 때로 너무나 허망한 것이기에.
당신은 적어도 통장의 숫자보다 가치있는 존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