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응원가, 저작권이 정말 문제일까?

당신의 콘텐츠를 지키는 방법-7 : 음악과 스포츠의 상관관계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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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직관을 하시는 분들의 즐거움 중 하나죠.

바로 신나는 응원가!


경기가 고조될 때,

위기에 빠졌을 때,

역전할 때 한 마음이 되어 부르는 응원가는

야구와 팬을 일체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선수들이 등장할 때 들려오는 응원가는 그 선수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하죠.

그런데 2017년, 갑자기 응원가가 대거 교체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저작권 시비로 야구장 몸살…‘응원가’ 해결책은?, 2017. 6. 7, KBS>


모든 음악 저작물이 그렇듯이, 응원가에도 저작권자가 있습니다.

먼저 곡을 작곡한 작곡가가 있죠. 가사를 만든 작사가도 있습니다.

혹시 편곡이 들어갔다면 편곡자도 있지요.

여기에 ‘저작인접권’이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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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노래를 부른 가수, 그리고 가장 처음 음원/음반을 찍어낸 음반업자입니다.

그동안 프로야구의 각 구단이 저작권료를 안 내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음악저작권협회,

음원제작자협회,

음악실연자연합회에 이르는

음악 저작권/저작인접권 신탁단체와 협상을 해서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었죠.


문제는 야구팬이라면 아시겠지만

프로야구 응원가는 항상 가사를 ‘개사’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아래 기사와 같죠.


<아바 노래 바꾼 ‘허니 허니 민병헌이~’ … 야구장 개사 응원가 이젠 못 부르나, 2017. 4. 3. 중앙일보>


저작권에는 저작재산권과 함께 저작인격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양도할 수 없는 전속적인 저작권자의 권리죠.

그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동일성유지권’이라는 것입니다.

제13조(동일성유지권)
①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에 따라 어떤 저작물이든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변경해서는 안 됩니다.

‘가사’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가사를 변경시키는 것에 대해

가사 저작권자들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실은 아마 몰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작사가 중에서 야구 팬이 별로 없었을 수도 있지만 외국 노래가 많았기 때문일 겁니다.

보통은 이런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차단조치를 취하고 추후 협상으로 편곡료 등을 추가로 지급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시즌 시작 직전 발생했기 때문에,

응원가를 시즌 도중에 중단하거나 전면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버렸죠.

덕분에 프로야구 전체의 인기까지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저작권 때문에 썰렁한 야구장…'응원가' 해결책은?, 2017. 5. 23. MBC>


이 문제는 애석하게도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음악은 공동저작물이 아니라 결합저작물이기 때문에 정 안 되면 가사를 통째로 바꿔버리면 되지만, 응원가의 특성상 사람들이 따라부르기 쉬워야 하기 때문에 잘 알려진 노래를 조금만 바꿔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공동저작물 :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저작물의 구성 요소를 분리할 수 없는 저작물(ex : 만화의 작화와 스토리)
결합저작물 :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저작물의 구성 요소를 분리할 수 있는 저작물 (ex : 노래의 음악과 가사)


이 사태는 현재 더욱 심각해져

약 30명의 작곡가와 작사가가 집단적으로 저작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야구 응원가 원작자들 "참을 수 없어", 2017. 7.27, TV 조선>


원래 음악저작물은 콘텐츠 중 가장 광범위한 분야에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저작권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편입니다.

또한 저작권료를 가장 많이 징수하는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기도 하죠.

저작권신탁단체 중에서 음악저작권협회가 가장 큰 단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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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태의 근본원인은 사실 음악 저작권의 문제라기보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응원가’에 큰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응원가에 저작권료 예산을 많이 배정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신나는 응원가를 새로 만들었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요?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보려고 했다가 나중에 저작권 리스크가 커져버린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프로야구에서만 이 문제가 터졌습니다만,

응원가는 프로 스포츠 전반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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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음악저작권단체와 음악저작권자들이 문제를 해결해온 방식을 보았을 때,

업종의 가장 대표적인 분야부터 처리한 후 기준을 정해 점차 확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지금 프로야구단의 일이라고 방심할 게 아니라,

프로축구·농구·배구 등 응원가가 사용되는 프로스포츠 구단과 모기업에서는 빨리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앞으로 음악만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서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리 주장이 확대될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콘텐츠를 사용해 홍보나 이익을 얻는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전에 접근할 필요가 있겠죠.


질병이 그렇듯이 리스크는 항상 사전에 관리하는 게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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