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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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을 때가 있죠.


삶에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요.
모든 일에 신경쓰기에는 나이가 들어버렸을 수 있죠.
어떤 일을 보아도 무감하고 또한 무심해지기 쉽습니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세상은 제멋대로 돌아갑니다.

이 땅 위에 공백은 더 이상 없어서 도망칠 곳도 보이지 않아요.

무력하게 앉아 망연히 그 어떤 참혹한 광경이라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생에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와요.

바로 무심히 보던 비참한 광경이 당신의 일이 되어버리는 찰나입니다.

아무도 그때가 와버리면 남의 일처럼 무력하게 앉아 있을 수 없죠.


때로 당신의 가족이, 혹은 당신의 지인이, 어쩌면 당신 자신이 당사자가 되는 순간입니다.

그때서야 우리는 지금까지 무관하게 방관해온 모든 사건이 당하는 사람에게는 모두 유관한 긴급한 일이었음을 깨닫습시다.

처음부터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외면해온 진실이기도 하죠.


아무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은 날,
잠시 외면하고 무시하며 방관하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리에게 직접 밀어닥칠지 모를 모든 것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여백도, 진공도, 용서도 없기에 그 순간은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모든 일을 방관하고 싶은 날 새삼 떠올리게 되는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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