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SmartSelectImage_2017-10-13-11-34-34.png

신발을 벗고 바닥 위에 섭니다.


소란이 가득한 하루입니다.
번잡한 일상에 발은 편할 날이 없죠.
신발과 양말에 휘감긴 채 온종일 짓눌린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날은 신을 벗을 시간조차 없기 마련이죠.

아무도 고생을 위로하지 않으며 도리어 작은 실수가 커다란 잘못인 것처럼 질책받기 일쑤입니다.

오로지 자신만이 스스로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죠.


마침내 아무도 없는 바닥 위에 선 뒤에야 갇혀 있던 시간에서 해방됩니다.

무너질 듯한 몸을 간신히 지탱한 채 발을 내딛어 앞을 보아요.

이 짧은 공간을 지나 아래로 낙하하면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때 비로소 신발을 벗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떠나도 좋다는 각오를 한 뒤에야 맨발로 바닥 위에 설 수 있죠.

이 순간 나의 발과 땅의 사이는 생과 사를 가르는 경계가 됩니다.


문득 해방감을 느껴요.

이 감각도 다시는 맛보지 못할 겁니다.

평소라면 더럽다고 하지 못할 일도 무엇이든 해버릴 수 있을 것 같죠.


망연히 선 채 그 감촉을 온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로써 꼭 끝나는 것만이 해답일까.

아무도 답해주지 않을 질문을 허공에 던집니다.


다시, 신발을 신고 바닥 위에 서요.


아직 끝낼 시간은 아닙니다.

다시 되돌아 가더라도 변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맨발이 느낀 감촉은 이곳을 떠나기 조금 아깝다고 생각하게 만들죠.


돌아가는 길은 멀고 생은 길지만 계속되네요.



매거진의 이전글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