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세상을 증오하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삶은 그저 이 지구에 던져진 것에 불과합니다.
뜻대로 이뤄지는 일은 백의 한둘에 지나지 않아요.
태어난 이유도 원하는 목적도 알지 못한 채 날 때부터 클 때까지 타인의 뜻대로 살아갑니다.
가족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학교는 나라와 부모에 의해 이미 정해진 경로일 뿐이죠.
사회는 애초부터 짧으면 수십 년, 길면 수백년 전에 이미 한계가 그어져 있는 관계망입니다.
스스로 벽에 부딪친 순간,
사람은 세상을 증오하게 됩니다.
무엇을 하든 울화가 치밀고, 할 수 있는 이유 한 개보다 할 수 없는 이유 수백 개를 먼저 떠올리며, 살아가기보다 죽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게 되죠.
실로 이 한계로 가득한 세계를 넘는 길이 삶을 끝내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요.
그럼에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과 인생과 사람을 증오하는 만큼 또한 열망하기에 그만둘 수가 없어요.
부딪쳐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치미는 열화를 이기지 못한 채 벽에 달려듭니다.
그러다 너무나 깨져 기진해진 순간에서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이 있어요.
이 세상에서 오로지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의지 그 자체 뿐입니다.
이 한계로 가득찬 세상에 바스라지도록 달려드는 행동만은 '나'의 뜻이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세상에 대한 증오도, 세상에 대한 열망도 끝났습니다.
세상을 증오하며 열망하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세상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지금,
오히려 세상은 이전보다 관대합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은 남네요.
세상을 그때보다 사랑했던 때도
생에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