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두의 마블’은 ‘부루마블’과 다른 걸까?

당신의 콘텐츠를 지키는 방법-15 : 게임 아이디어 지키기 분쟁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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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추석이 되면 모이는 친척끼리 할 일이 없으면 하던 게임이 있죠.


화투? 에이, 그건 어른들이 하는 거죠.

윷놀이? 가족이 모두 다 모였을 때 하는 전통놀이일 뿐입니다.

전세계를 돌면서 부동산을 사들이고 호텔과 숙박업소를 지어 돈을 벌어들이는 게임이죠.


바로 ‘부루마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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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_부루마불>


이 게임은 1982년에 첫 출시되었다고 합니다.

원조는 미국의 유명한 보드 게임, ‘모노폴리(Monopoly)’라고 하죠.

보드 게임은 일정한 규칙을 지닌 판(Board) 위에 특정한 캐릭터를 지닌 기물(말)을 놓고, 주사위나 다른 우연적인 요소를 지닌 시스템을 굴려 전진과 후퇴를 진행하는 게임이에요.


미국에서 시작된 게임 양식인데, 그 중에서도 모노폴리는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미국의 부동산 세태를 게임화한 오락거리죠.


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게임을 한국화한 게임이 부루마블인데,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누려 당시에 국민 게임 소리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드 게임이 그랬듯이, 한국에서는 이후 PC게임과 온라인 게임이 대세를 이루었고 보드 게임은 사양산업으로 저물어 버렸죠.


이후 21세기, 스마트폰 시대가 대두하면서 게임도 ‘모바일 게임’이 점점 대세가 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 시대 앞서나가는 회사 중 하나인 넷마블에서 ‘모두의 마블’이라는 게임을 출시했죠.


아무래도 회사 이름에 ‘마블’이 들어있다는 점에 게임 기획자가 착안한게 아닌가 싶어요.



2013년 6월 출시된 게임이지만 아직도 가끔 구글 플레이에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 있는 게임이죠.

2016년 기준으로 넷마블이 ‘모두의 마블’로 올린 연 매출은 2,016억원이라고 합니다. 누적 매출은 무려 1조원이라는군요.


아마 원조인 씨앗사의 ‘부루마블’로서도 생각지 못한 금액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씨앗사가 ‘부루마블’의 모바일 게임화를 허락한 회사는 따로 있었습니다.


<'(모바일) 부루마불' 제작사 아이피플스, 넷마블 '모두의마블'에 소송 제기, 2016.11.23, 포모스>


바로 아이피플스라는 게임 회사였죠.

이 회사는 원조 부루마블을 만든 씨앗사로부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독점 라이센싱 계약을 맺은 후, 2008년부터 “블루마블”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스마트폰용 게임이 아니라 일반 모바일 게임이었죠.


이후 2013년부터 넷마블이 스마트폰 용 ‘모두의 마블’을 출시하여 시장을 선점했고, 때문에 새로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진입할 경우 승산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죠.


때문에 아이피플스는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행위방지법에 근거해서 2016년 소송을 걸었지만, 얼마 전 패소하게 되었습니다.


<법원 "모두의마블, 부루마불 표절 아냐“, 2017.10. 1, 세계일보>


“원고가 출시한 온라인과 모바일 ‘부루마블’ 게임 중 게임판 칸에 나타난 지명, 랜드마크, 무인도에 갇히거나 우주여행을 하거나 황금열쇠를 이용하는 특수한 규칙 등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다수 존재하지만, ‘모두의마블’ 내용은 이와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아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요컨대 모바일 ‘부루마블’의 특수한 규칙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지만, ‘모두의 마블’에서 사용된 ‘규칙’은 아이디어는 비슷할 수 있어도 ‘표현’은 다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부정경쟁행위방지법 상 ‘오인‧혼동’의 여지도 없다고 본 거죠.


다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게임은 법원의 판단처럼 누구나 비슷하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래 ‘모두의 마블’을 처음 출시할 때는 넷마블은 광고에 ‘부루마블’을 슬쩍 끼워넣는 등 ‘부루마블’과의 유사성과 연속성을 알리는 마케팅을 한 바 있다고 하죠.

나아가 ‘씨앗사’에 넷마블이 본래는 라이센싱 계약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부루마불 베꼈다" 넷마블 '모두의 마블' 저작권 침해 논란, 2016.11.23, 아시아 경제>

과거 넷마블은 씨앗사에 '부루마불' 모바일게임 개발에 필요한 라이선스 체결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씨앗사는 이미 아이피플스와 독점 라이선스를 체결한 상태였기에 제안을 거절했다.


즉, 넷마블도 ‘모두의 마블’ 퍼블리싱 당시에 ‘부루마블’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1심 판결이긴 합니다만 법원의 판단은 저작권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의 일반적인 법리나 판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틀리지는 않습니다.


결국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표현’이고, 이 게임에서 그래픽이나 캐릭터, 게임 음악이나 스토리 등 일반적으로 게임 콘텐츠에서 표절 문제가 대두되는 부분은 전혀 유사하지 않습니다.

도시명이나 한 바퀴 돌리는 ‘보드’의 모습도 일반적인 보드 게임과 같거나 지명이기 때문에 보호의 대상이 아니죠.


또한 ‘모두의마블’은 이미 너무 주지, 저명(널리 알려진)해서 옛날의 부루마블과 오인, 혼동될 여지도 거의 없습니다.

이 경우 부정경쟁행위가 아니게 됩니다.


때문에 문제가 되는 ‘저작권’은 독특한 ‘규칙(Rule)’ 뿐입니다.

보통 보드 게임에서는 ‘룰 북’이라고 불리는 부분이죠.


그런데 이 규칙 면에서 ‘모두의 마블’은 ‘모바일 부루마블’과 다른 특이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로 인정받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는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실망할 수 밖에 없는 판결이기도 하죠.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주 독특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일정 부분 보상이나 보호를 해주는 입법적인 정책이 필요할 겁니다.


<법원 "게임 80% 비슷해도 표절 아냐"... 中 게임업계 웃는다, 부루마불 지재권 확보 게임사, 2017. 10,. 31. 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특정 아이디어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창성을 입증하기 어렵더라도 경제적 가치가 있다면 이를 보상 없이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홍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아이디어 보호는 필수적인데 기존 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만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이미 출시된 ‘모두의 마블’과 ‘부루마블’에는 소급 적용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 소송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소송이 시작되기 한참 전, 처음 넷마블이 ‘씨앗사’와 협상을 시도할 때 아이피플스가 함께 협상에 참여해 유의미한 합작 계약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조금 더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까요?


언제나 소송은 가장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승패는 끝까지 가 보아야 알 수 있고,

이긴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죠.


넷마블의 경우에도 이번 소송의 결과가 이미지 면에서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게임 소송도 다른 모든 소송과 마찬가지로 우선 전문가와 함께,

협상을 시도할 필요가 있는 거죠.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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