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책갈피를 우연히 발견한 적이 있어요.
언젠가 그 책을 선물받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서점에 간만에 들러 종이냄새를 맡으며 흥미로운 책이 있는지 같이 둘러보던 날이었죠.
당신이 손에 든 채 흔들어 보이며 짓던 미소가 떠오릅니다.
이 책은 읽고 싶은 책이니 선물한다고 당신은 말했어요.
굳이 당신이 사보지 않고 내게 건넨 이유가 책을 핑계로 한 번이라도 더 보려던 핑계임을 이제야 짐작합니다.
그때는 미처 생각이 닿지도 않아 단지 처치 곤란한 짐이었을 뿐이죠.
취미도, 공부도, 소일거리도 아닌 종류의 책을 넘기는 일은 고역이었어요.
당신의 성의를 생각해 사이가 좋을 때는 서너 페이지씩, 사이가 나쁠 때는 반페이지도 채 읽지 못했습니다.
어떤 날은 침대 위로 던져버렸는지 책에 찍힌 자국도 남아있을 정도에요.
책갈피가 멈춰버린 페이지를 봅니다.
아마도 당신과의 추억이 멈춘 지점으로 기억합니다.
더 이상 이 재미없는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남아있지 않았던 날이었을 거에요.
책장 속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 나오지 못했던 나날입니다.
다시, 당신을 만날 수 있을만큼 상처도 흐려진 탓일까요.
재회를 앞두고 문득 그 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멈췄던 페이지가 다음으로 넘어가는 날이죠.
어떤 이야기가 기다릴지 궁금해하며 나는 당신을 만나러 발을 내딛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