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비오는 저녁, 옛 시절이 떠오르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인생을 산지 상당히 흘렀어요.
걸핏하면 분 단위로 흘러가는 미팅이 늦어져 다음 기차를 기다리곤 합니다.
망연히 검은 창 밖을 보며 밤차에 몸을 싣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내일 일을 알 수 없어 걱정이 머리를 가득 메울 때도 많습니다.
안정된 지루함이 싫어 나선 행로는 멀고 험난하기만 해요.
푹 잠들어 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이럴 때 꼭 이상하게도 지쳐 쓰러질 듯한 피로 속에서도 옛 평화로운 시절이 떠올라요.
그때가 너무 그리워서일지 가장 길게 보냈던 시기일지는 모르죠.
다만 확연한 것은 당시는 내일의 걱정도, 험난한 행로도, 불면의 야간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되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인생은 한 번이며 멈출 때까지 불태워도 한스러움이 남는 길이에요.
평온한 삶 속에서 질릴 정도의 똑같은 반복된 시간을 보내며 절실히 느낀 바입니다.
한 순간이라도 생의 진실을 경험한 이는 다시 되돌아가지 못하죠.
단지 안락한 달콤함을 잠시 음미할 뿐입니다.
비오는 저녁, 다시 돌아갈 수 없을 옛 시절을 떠올리다 다시 일어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