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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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우리가 모를 것으로 가득하다.


어렸을 때 삶은 미지로 가득차 있었다.

하나씩 만지고 끊임없이 물으며 알아가는 과정이 신기했다.

아주 간혹 어른들도 모르는 것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흥분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키가 크고 나이를 먹으며 만사가 우스워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더 이상 세상이 궁금하지 않았다.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알게 되었다고 믿었으며 새로운 배움은 귀찮은 일이 되었다.

오히려 때로는 미지의 존재는 무섭고 두려워 피해야 할 것들이 되어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이 되고 세상은 더욱 모르고 피해야 할 대상이 된다.


어느 날, 정말 알아야 할 것조차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까지.


그때부터 생은 다시 모르는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뒤바뀐다.

슬프게도 옛날과 달리 미지를 깨닫는 과정은 더 이상 신기하지도 흥분되지도 않는다.

힘들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될 따름이다.


단지 아주 가끔 어린 시절의 감흥이 되살아날 때가 있다.

그 순간만은 모름을 깨닫고 알아가는 과정이 신기해진다.

하지만 잠깐일 뿐 아직도 세상이 모르는 것으로 가득하다는 진실에 아연해진다.


그럼에도 생은 결국 모를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우리가 직시해야 할 아득한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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