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planet-1543713_1920.jpg

그 순간, 당신이 나에게 왔다.


홀로 이 세상을 걷던 시절을 기억한다.

생은 의지와 상관없이 던져저 고독하게 걷다 끝을 맞이해야 하는 행로다.

단지 잠시동안 같이 동반할 수 있는 이를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이 크고 거대한 세게 속에서 한 사람이 걷는 길은 좁고 작다.

경로가 마주치는 일은 지극히 적어 우연에 가깝다.

혹시 누군가 와줄까 기대하다가 실망에 멈춰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결국 포기하고 주저앉아 걸음조차 그만두고 싶을 때가 온다.

너무 막막해 울음을 터뜨려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홀로 삭여야 하는 시간이다.

그때 당신을 보게 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어쩌면 멈춰섰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조금 더 참거나 서둘렀다면 영영 마주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직도 그 순간이 하필 그런 때에 찾아온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해서 당신이 결국 떠나고 나는 붙잡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결코 당신이 모자라서도 내가 변심해서도 아니다.

단지 마주친 순간에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준비된 만남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은 만날 때까지 대비하는 것 뿐이라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기다림은 길었고 생은 한 번 뿐이지 않는가.


다시,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그때보다 오래도록 같이 걸을 것이다.

혹은 그럴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 순간, 나는 당신에게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지나간 일